[횡설수설]전진우/대통령 친인척

  • 입력 2000년 6월 29일 19시 40분


권세 있을 때 인심 사랬다고 남을 도와줄 수 있는 여유가 있을 때 인심을 얻는 일이야 탓할 일이 아니다. 하나 대개는 권세 있는 자가 인심을 쓰기도 전에 그 주위에는 세리지교(勢利之交·권세와 이권으로 맺어진 교분)를 노리는 인물들이 꼬여들고 결국은 그것이 화(禍)를 부르니 우리의 경우 대를 이으며 시끄럽던 대통령 친인척 문제가 그 대표적 실예라 하겠다.

▷ 대통령 친인척들이 말썽을 일으키기로는 전두환 전대통령 시절이 단연 압권. 서슬 퍼렇게 권력을 휘두를 때에야 감히 누가 뭐라 할 수 있었겠느냐만 막상 권력이 떨어지자 형제와 사촌, 처남, 처삼촌, 동서 등이 줄줄이 쇠고랑을 차야 했다. 노태우대통령의 경우는 딸과 동생이 이런저런 구설수에 올랐고, 처조카 사위는 황태자 소리를 들으며 대단한 위세를 부렸다. 김영삼대통령은 두 전임대통령을 보면서 친인척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문제인지 잘 알았을텐데도 재임중에 차남을 감옥에 보내야 했으니 권력에는 건망증도 따르는 모양이다. ▷ 김대중대통령의 전 동서(첫 부인 차용애씨의 제부)인 서재희씨(72)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에 내정되자 사회보험노조와 시민단체들이 이에 반발해 시끄럽다는 보도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현 의료보험연합회)은 7월 의료보험통합에 따라 신설되는 기구로 병의원에서 청구한 진료비가 적정한지 아닌지 심사하는 것이 주업무. 노조측은 의사협회에서 추천한 의사가 의사들이 청구한 진료비를 객관적으로 심사할 수 있겠느냐 는 것이고, 그 반대측은 서씨가 경험이 풍부한 현직의사여서 오히려 심사평가에 적합하다 는 얘기다.

▷ 어느 쪽 말이 더 맞을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런 만큼 서씨로서는 억울한 노릇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과거의 예에 비추어 대통령의 친인척 문제라면 일단 좋지 않게 보는 것이 세상의 눈이다. 당연히 대통령에게도 누(累)가 된다. 더구나 주무부서인 보건복지부측의 반응도 떨떠름하다니 아무래도 뒷맛이 개운치 못한 인사인듯 싶다. 이런 인사는 피하는 것이 당사자를 비롯한 여러 사람을 위해 좋지 않겠는가.

<전진우 논설위원>youngj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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