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가평가제]원리금 찾을때 금리따라 변동

  • 입력 2000년 6월 29일 19시 27분


말많고 탈 많았던 채권시가평가제가 7월1일부터 전면 실시된다. 지금까지 신탁상품은 가입할 때 금융기관이 제시한 수익률을 만기 때 받을 수 있어 고객 입장에선 확정금리상품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가입 이후 금리변동에 신경쓸 필요가 없으니 그만큼 편했던 셈.

그러나 7월1일부터는 채권형 신탁상품도 주식형상품처럼 매일 시장에서 형성되는 가격에 따라 수익률이 변하게 된다. 주식도 아닌데 ‘원금 걱정을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투자자들은 불만이다. 과연 그럴까.

▽뭐가 달라지나〓우선 98년 11월14일 이전에 설정된 채권형펀드는 7월1일 이후에도 장부가로 평가하지만 추가 입금을 할 수 없게 된다. 추가 입금을 금지함으로써 장부가펀드는 만기가 돌아오면 자연적으로 없어진다.

개인연금신탁처럼 다달이 일정금액을 붓는 적립형 신탁상품의 경우 종전 적립금에 대해선 계속 장부가로 평가하지만 7월1일 이후 신규예치분만큼은 시가평가를 적용한다. 다만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머니마켓펀드(MMF)는 현행대로 장부가 평가가 유지된다. 98년 11월15일 이후 설정된 모든 채권형펀드는 이미 시가평가를 하고 있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

돈 찾는 방식도 크게 바뀐다. 종전 장부가펀드는 당일 환매를 요청하면 돈을 찾을 수 있었지만 시가평가펀드는 ‘3일환매제’가 적용된다. 예컨대 월요일에 환매신청을 하면 수요일에야 인출이 가능하다.

▽시중금리와 어떤 관계가 있나〓시가평가펀드는 고객의 인출요구가 있게 되면 펀드에 있는 채권을 시장에서 매각해 환매자금을 마련한다. 이때 채권값은 금리수준에 따라 매일 변동한다. 이 말은 채권 매각시점의 금리수준에 따라 손에 쥐게 되는 원리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 우선 채권값은 금리와 반비례 관계에 있다. 금리는 일종의 할인율이므로 금리가 상승하면 채권값은 떨어지고, 반대로 금리가 떨어지면 채권값은 상승하게 된다. 백화점 바겐세일 때 적용하는 할인율을 연상하면 쉽게 이해가 된다.

▽투자손실을 볼 가능성이 높아지나〓고객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점이다.

편입한 채권이 부도나거나 금리가 이상급등할 경우 채권형 상품이라고 하더라도 원금손실을 볼 가능성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원금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투신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사장은 “투신사들이 시가평가를 앞두고 대부분의 부실채권을 상각했기 때문에 추가 부실이 생길 가능성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말했다.

▽어떻게 투자해야 하나〓시가평가제가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다. 가입 타이밍을 잘만 잡으면 종전 장부가방식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챙길 수 있다. 투자포인트는 금리하락 시점에 채권형펀드에 가입하라는 것. 금리가 하락하면 이자수입에다 채권값 상승에 따른 평가이익이 더해져 펀드 기준가격이 크게 상승한다.

반대로 금융시장이 불안해져 금리가 상승하는 상황이라면 공사채형 펀드 투자는 하지 않는 게 좋다.

중도환매하지 않고 만기까지 보유하는 것도 안전한 투자방법이다. 펀드만기와 채권만기가 일치하는 단위형펀드(추가불입이 불가능한 상품)를 선택할 경우 어느 정도 수익률을 확정시킬 수가 있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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