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주부]초등생 학부모 "아이숙제 돕느라 인터넷 헤매요"

  • 입력 2000년 6월 27일 19시 22분


“요즘 초등학생 숙제, 인터넷 없으면 엄두도 못내요. 꼬박 하루저녁을 뒤져야 해결할 수 있는 숙제가 얼마나 많은데요.”

서울 강남구 역삼2동 D아파트에 사는 전혜성씨(35). 도성초등학교 3학년짜리 딸 수미의 숙제를 돕다가 인터넷에 ‘도가 튼’ 주부다. 남편 최선호씨(39·티엘에스아이 대표)가 벤처기업을 창업한 2년전 서울벤처밸리 근처로 이사했다.

같은 아파트에 사는 주부 박수진씨(32)를 알게 된 것은 둘째 서원이(7)가 박씨의 첫째딸 홍지원양(7·서울교대부속초 1년)과 친하게 지내면서부터. 아이들 숙제에 대한 고민을 함께하고 서로의 ‘비법’을 공유하면서 ‘숙제 전선’에 함께 선 동지가 됐다.

수미가 1학년에 입학하면서부터 인터넷을 통해 숙제를 돕기 시작한 전씨.

“선생님들이 내주는 숙제가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의욕있는 선생님일 경우에는 전과같은 걸로 해결할 수 있는 숙제가 10%도 안돼요. 현장학습이며 체험학습이며 들려보낼 자료를 찾느라 밤을 새며 알지도 못하는 인터넷을 뒤져야 했어요.”

올해 지원이를 입학시킨 박씨의 경우도 마찬가지. “아이가 학교생활에 적응할 때까지 숙제는 온통 엄마 몫이에요. 인터넷을 못했으면 어쩔 뻔했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초등학교 입학때 이미 ‘더블클릭’을 할 줄 알았고 마우스를 자유자재로 사용한 수미지만 숙제에 필요한 내용을 검색하는데는 아직도 모자란 점이 있다.

“‘량현량하’나 ‘김민종’처럼 관심있는 검색어는 희한하게 잘 찾아내지만 숙제로 주어지는 ‘한국의 들꽃’같은 주제는 어려워하더라고요.”

자연숙제 발명숙제 독후감지도 등에서 인터넷을 많이 활용하고 있다. 전씨와 박씨는 아이들이 다니는 도성초등교, 서울교대부속초등교의 학교 선생님들이 만든 교육지도용 사이트들을 자주 찾는다. 지명이나 꽃이름 등을 찾을 때는 ‘에듀넷 공부방’을 많이 참고한다고.

‘꾸러기 야후’에는 과목별로 필요한 학습내용이 많이 나와 있어 유익하다는 설명. 최근에는 둘다 과목별로 한달에 2만5000∼2만7000원 하는 학습지 웅진씽크빅에 가입하면 이용할 수 있는 ‘숙제 마법사’사이트도 자주 뒤진다.

하지만 유용한 사이트 몇개를 적어둔다고 해결될 만큼 ‘숙제 서핑’이 녹록한 일은 아니다.

박씨는 “아직까지 ‘이거다’할 만큼 만족할만한 사이트를 본 적이 없다. 결국은 야후나 라이코스같은 검색엔진을 직접 뒤져야 한다”고 한숨.

“얼마전에는 여름철에 볼 수 있는 벌레들을 조사해오라는 숙제를 받아왔더라고요. ‘여름+벌레+사진’같은 검색어로 300개나 되는 사이트를 뒤진 끝에 간신히 정보를 찾아냈죠.”

전씨는 아이숙제를 돕다가 ‘서핑 능력’의 한계를 느껴 PC통신업체에서 시행하는 무료 인터넷 교육을 올해초 3개월간 수강했다.

“아이 덕분에 ‘디지털 엄마’가 됐으니 고마운 일일까요?”

아이 스스로의 힘으로는 하기 힘든 학교 숙제, 엄마가 도와줘야만 하는 아이들 공부. 이에 대한 고민은 또 ‘나중 문제’일지도.

<박중현기자>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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