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납북자 가족들의 편지

  • 입력 2000년 6월 27일 19시 22분


납북자 가족들이 어제 금강산에서 시작된 남북적십자회담 우리측 대표를 통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에게 보냈다는 편지 내용은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메이게 한다. 남편이나 아버지를 하루아침에 생이별하고 살아온 지난 세월의 애절함이 읽는 사람의 심금을 울린다.

이들 뿐만이 아니다. 우리 주변에는 반세기 동안 응어리진 혈육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가슴을 졸이며 적십자회담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800만 이산가족들이 있다. 오랫동안 잊혀졌던 국군포로들, 그리고 그들을 기다리는 남(南)의 가족들이 있다.

30일까지 열리는 이번 남북적십자회담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크다. 남북한 정상이 합의한 “남과 북은 오는 8·15에 즈음해 흩어진 가족 친척 방문단을 교환하며 비전향장기수문제 등 인도적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기로 했다”는 역사적인 공동선언에 따라 처음 열리는 회담이기 때문이다. 물론 8·15 교환방문 문제가 중점 논의될 것이고 그 인원 또한 당장은 100명 안팎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나 이 기회에 이산의 한을 푸는 항구적 장치가 마련되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에게나 간절할 것이다.

본란이 거듭 주장해 온 바이지만 이산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사확인 상봉 고향방문이 지속적 정례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상설면회소 설치는 남북한 당국이 꼭 해결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취재 문제 역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인 것 같다. 지난 정상회담에 이어 이번 적십자회담에서도 북한측은 사실상 취재 인원을 제한했다. 대표를 포함한 남측의 인원을 ‘10여명’으로 제한했고 이에 따라 우리측 기자는 신문 방송 통틀어 겨우 6명만이 동행취재에 나섰다는 것이다. 이 인원으로는 회담 진행 과정을 상세히 보도할 수 없다. 그것도 북한측은 일부 언론사에 대해서 취재를 거부했다고 한다. 비록 북한과 우리사회의 언론관이 틀린다 해도 ‘알 권리’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다.

우리 정부 당국도 이 문제에 대해서는 북한측에 좀더 분명한 입장표명을 해야 한다. 북한측이 주장하는 대로 따라갈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언론 관행이나 특수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남북한간의 접촉에서 가장 명심해야 할 일은 협상의 투명성 보장이다. 모든 국민이 진행되는 사정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어야 공감대가 생기고 지지기반도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유로운 취재 분위기는 꼭 보장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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