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나흘째를 맞은 집단폐업이 이대로 계속된다면 의료대란을 넘어 전국을 재앙으로 몰아넣는 ‘의료 공황’이 현실로 나타날 것이다. 다행히 의대 교수들이 당초 오늘부터 병원을 떠나기로 했던 것은 유보했다지만 비상체제로 며칠을 더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의료계에 거듭 촉구한다. 정부와의 협상은 협상대로 해나가더라도 병원 문은 당장 열어야 한다. 폐업을 철회하는 것은 곧 정부에 대한 항복이라는 식의 강경론은 거둬야 한다. 그동안의 ‘투쟁’만으로도 의료계의 주장 및 의약분업의 문제점들이 상당부분 부각된 만큼 병원 문을 연다고 그것을 의사측의 패배로 받아들일 국민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의사협회의 내부지침이라고 보도된 ‘5∼7일간의 타협 없는 폐업 투쟁’을 고집한다면 국민은 의사측의 정당한 주장에마저 고개를 돌릴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국민의 생명을 볼모로 한 의사들의 집단폐업은 어떠한 이유, 어떠한 명분으로도 용납될 수 없다.
정부 여당에 촉구한다. 의료계의 불만을 미봉책으로 넘기려 해서는 안된다. 약사의 임의조제를 근절해 의사의 진료권을 보장하는 것은 중요하다. 대체조제, 의약품 분류, 약화사고의 책임 등 의약계의 이해가 걸린 문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일도 미룰 수 없다. 그러나 이제는 보다 근본적으로 의약분업에 따른 ‘비용의 문제’를 공론화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어야 한다.
현 의료대란의 가장 현실적인 원인은 약을 취급하지 못하게 된 의사들의 소득감소에 따른 위기의식에 있다. 그동안은 약을 팔아 낮은 의료수가를 벌충하고 수입도 올릴 수 있었는데 의약분업에 따라 진찰과 처방만 해서는 살아남기조차 쉽지 않으리란 위기의식이 팽배해진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위기의식에 대한 근본적 처방이 따라야 한다. 처방에는 비용이 들기 마련이다. 따라서 정부 여당은 그 비용을 의료계와 협의해 국민에게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소득수준 및 국가 재정형편 등에 비추어 어느 선까지 지출할 수 있을지 합의를 구해야 한다. 의료계는 폐업을 철회하고 보다 현실적인 비용의 공론화에 참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