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디지털 디바이드

  • 입력 2000년 6월 21일 18시 54분


인터넷을 달과 화성 등 우주 공간으로 확대하는 IPN(Interplanetary Internet)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 계획이 완성되면 앞으로 화성 착륙선은 한 개의 중개 위성을 거쳐 지구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게 된다. 이 계획이 완성돼 인터넷이 태양계와 다른 행성으로 까지 솩장되면 도메인 이름짓기가 복잡해질 것같다. 예를 들면 동아닷컴의 웹사이트 주소가 지금은 www.donga.com이지만 IPN 계획이 완성된 시점에서는 www.donga.com.earth.sol로 바뀌어야 할 것같다.

▷유엔이 19일 내놓은 정보통신 기술연구서에 따르면 3월말 현재 인터넷 사용인구는 2억7천6백만명이다. 세계에서 컴퓨터와 인터넷이 가장 많이 보급됐다는 미국에서도 전체인구의 15%만이 인터넷을 사용한다. 인터넷은 고사하고 지구인의 4분의 3에 가까운 아직도 전화를 갖고 있지 않는 상황에서 IPN 계획은 다소 황당하게 들릴 정도다. 정보통신 혁명은 전세계의 모든 나라의 현재와 미래의 모습을 크게 바꾸어가고 있지만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에 엄청난 정보격차를 만들어놓고 있다. 이른바 정보 격차(디지털 디바이드·Digital Devide)의 문제다.

▷유엔 연구서는 전세계에 15억 페이지의 인터넷 사이트가 있고 매일 200만개 가량이 새로 생겨난다고 집계했다. 전자상거래 규모가 2004년에는 7조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렇게 놀라운 신장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전세계 인구의 5%에도 못미치는 인구에 해당되는 이야기다. 아프리카 전대륙의 인터넷 사이트를 합쳐도 뉴욕에 못미치고 인도에서도 인터넷의 눈부신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아직도 전화가 없는 오지 마을이 수두룩하다.

▷국가간의 디지털 디바이드도 문제지만 정보의 빈부격차는 이제 기술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문제, 더 나아가 인권의 문제라는 시각이 대두되고 있다. 인터넷 접속에 필요한 컴퓨터가 없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와 어린 시절부터 가까운 곳에 컴퓨터를 두고 정보를 얻는데 익숙한 아이는 미래의 성취도에서 큰 차이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앨빈 토플러 박사는 인터넷의 보편화가 궁극적으로 빈부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낙관했지만 지금 벌어지는 현상만을 놓고보면 오히려 국가와 계층간의 빈부격차를 심화시키는 도구가 돼가고 있는 것 같다.

<황호택 논설위원>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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