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이우승/'김정일 TV보도' 이렇게 본다

  • 입력 2000년 6월 18일 19시 36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남북정상회담 보도에서 일약 ‘스타’로 부각됐다.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방송과 언론에서 그에 대한 평가가 획기적으로 변하고 있다. 방송에서 보여준 그의 언행이 치밀한 계산에 의한 의도된 것인지 아니면 그의 진면목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방송을 통해 처음으로 생생하게 김정일위원장을 접하는 시청자에게는 하나의 ‘쇼크’였다. 국내 모 방송사가 정규뉴스에서 이를 ‘김정일 쇼크’라는 배경자막을 달아 보도한 사실을 보더라도 이번 회담보도에서 보여준 북한 최고 지도자의 이미지 변신은 충격적이었다.

‘쇼크’는 기존의 가치관이나 이미지와 다른 정보에 노출될 때 일어난다. 다시말해 우리가 갖고 있던 김정일위원장에 대한 이미지는 비밀스럽고 베일에 싸인 존재, 심지어는 극단을 치닫는 부정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 보도는 김정일 위원장에 대해 정반대의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평양에서 전송된 화면이 보여주는 그의 행동은 호탕하고 우리측 수행원과도 거리낌없이 대화를 나누는 개방된 모습이었고 연장자에게 깍듯한 예의도 갖추고 있어 그에 대한 의혹과 불식을 종식시키기에 충분하였다.

국내 방송은 김정일위원장의 이런 태도를 ‘활달하고’ ‘자신감있고’ ‘긍정적’이라는 수식어로 치장해 보도했다. 그러면 얼마전까지만 해도 김정일위원장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던 보도들은 틀린 것인가. 무엇이 그의 진실된 모습인지 우리는 궁금하기만 하다.

방송에서 김정일위원장의 진정한 모습을 찾는다는 것은 너무 지나친 기대일 수도 있다. 김위원장 자신도 모를 수 있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국내방송이 김정일위원장에 대한 보도에서 지금까지 객관적인 접근자세가 없었다는 점이다. 그를 다각도에서 조명하려는 노력이 없었으며 정보를 검증없이 그대로 방송하는 자세에 문제가 있었다. 이처럼 방송보도가 일면적이고 획일적인 접근자세가 오늘날 ‘김정일 쇼크’를 불러온 것이다. 물론 정상회담 보도를 통해 시청자들이 새롭게 인식하게 된 김정일위원장의 이미지가 그의 참모습이라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방송은 시청자들에게 이전과 달라진 김정일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방송를 지켜 보면서 이에 대한 아무런 변명도, 태도변화의 이유도 찾을 수 없었다. 국민이 ‘쇼크’를 이겨낼 수 있도록 방송이 합리적 설명을 통해 국민을 이해시켜야 할 것 아닌가.

만일 정상회담 이후에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못하고 다시 대치국면을 맞는다면 그때 또다시 김정일위원장 관련보도가 과거로 회귀할 것인가. 그 보도를 시청자는 어떻게 받아들일 것이며, 그때도 아무런 변명없이 지나갈 것인가.

방송사의 사과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이제라도 우리 방송은 남북관계, 특히 북한관련 보도에서 객관적이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차원으로 변화될 필요가 있으며 판단은 시청자에게 맡기는 자세가 필요하다. 특정한 이미지를 강요하는 보도는 이제 더 이상 불가능하다.

‘쇼크’는 몸과 정신상태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방송들도 이제 더 이상 깜짝쇼같은 보도태도를 보여서는 안된다.

이우승<방송진흥원 책임연구원·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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