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동복/'6·15선언'의 희망과 우려

  • 입력 2000년 6월 15일 19시 29분


6월14일 심야에 평양에서 합의서명된 ‘남북공동선언문’은 ‘선언문’ 이후의 남북 관계에 대하여 희망과 우려를 교차하게 만든다. 희망을 갖게 하는 요소는 이 ‘선언문’에서 북한이 분단 사상 처음으로 남북 관계를 두 개의 ‘사실상의 국가’간의 관계로 받아들이고 ‘대한민국 정부’를 ‘대화의 상대방’으로 받아들였음을 시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북한은 이로써 반세기 동안 집요하게 고수해 온 ‘하나의 조선’관에 입각한 ‘남조선혁명’ 노선을 포기하고 남북간 ‘평화 공존’을 수용했음을 뜻한다. 이의 사실 여부는 앞으로 ‘선언문’의 이행 과정에서 검증될 것이다.

‘선언문’이 우려를 자아내는 이유는 그 내용이 스스로 설명해 준다. 회담 과정의 중간발표에 의하면 이 ‘선언문’은 ①화해와 통일 문제 ②긴장완화와 평화 정착 문제 ③이산가족 상봉 문제 ④교류 협력 문제의 4개 테마를 주축으로 구성될 예정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발표된 문안에는 긴장완화와 평화 정착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다. 이로써 이 ‘선언문’은 불완전 미완성 선언문이 된 셈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특히 ‘주한 미군’과 북한의 핵 미사일 문제에 관하여 쌍방이 문안 합의에 실패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이번 ‘선언문’은 또 하나의 ‘원칙적 합의’이다. 과거 남북간에 생산된 수많은 ‘원칙적 합의’들이 실천 이행 단계에서 해석상의 이견 때문에 ‘합의 따로, 이행 따로’가 되어 사문화(死文化)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번의 ‘원칙적 합의’는 예외가 될 것인지 두고 볼 일이다. 이번 ‘선언문’도 역시 북측의 주도하에 작성되었음을 그 문면이 보여준다. 우선 제1항의 ‘자주’ 원칙은 이에 대한 북측의 해석이 무엇인지를 궁금하게 만드는 용어의 선택이다.

그보다도 통일 방안에 관하여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간에 ‘공통성이 있다’고 한 대목은 주목을 요한다. 남측의 ‘연합제’안이 공식적으로 어떤 것을 지칭하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그러나 그 동안 과도적 통일 방안으로 거론된 남측의 ‘연합’안은 ‘1민족 2국가 2정부 2체제’를, 북측의 ‘연방’안은 ‘1민족 1국가 2정부 2체제’를 각기 상정하는 것으로 이해되어 왔다. 더구나 북측의 ‘연방’안은 남측에 수락 불가능한 ‘전제 조건’의 사전 수용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이 양자간에 과연 어떠한 ‘공통점’이 발견되었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에 관한 평양회담에서의 논의 내용이 보다 투명하게 공개되어야 할 것 같다.

이동복(전 남북고위급회담 대표·15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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