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시간 이상 계속된 단독회담

  • 입력 2000년 6월 15일 11시 09분


남북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한걸음만 더, 한발짝만 더 나아간다면 남북이 진정한 화해와 화합을 이룰 날도 그리 멀지 않을 것이라는 느낌을 준다. 물론 성급한 기대는 금물이지만 엊그제에 이어 어제 두 정상이 대화를 나누는 분위기를 보면 남북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할 만하다.

첫날의 만남이 ‘차중(車中)회담’ 등 상견례를 겸한 약식이었다면 어제 회담은 55년간 쌓이고 맺힌 문제를 드디어 꺼내어 흉중을 털어놓는 자리였다. 어제 두 정상의 단독회담은 2시간 이상이나 계속됐다. 7000만 민족의 염원과 마지막 남은 ‘냉전의 고도(孤島)’를 지도에서 지워달라는 세계인의 희망을 어깨에 걸머지고 마주앉은 두 정상이 중압감 속에서도 주요의제에 대해 진솔한 의견을 나눈 것은 민족사를 새롭게 쓰는 계기가 될 것으로 믿는다.

의제 중 한반도에서의 긴장완화와 항구적 평화정착문제는 남북 두 당사자와 국민은 물론 세계인이 공통으로 갈구하는 사항이다. 분쟁 없이 평화롭고 질좋은 삶을 영위하자는 바람은 한반도뿐만 아니라 지구촌 모든 인류의 염원이다. 때문에 이 문제는 한반도의 문제이자 곧 지구촌 전체에 평화의 희망을 주는 메시지로 연결될 수 있다.

두 번째 의제인 남북 경제협력은 양측의 이익을 증진하여 이 땅에 사는 모든 이의 삶의 질을 높여주는 효과적 방법을 논의한 것이다. 남북 두 정치체제의 이해를 초월해 서로 협력함으로써 결국 하나가 되는 길을 모색한 것이다. 또 경협과 함께 이산가족 문제를 중점적으로 협의, 반세기에 걸친 민족의 비원(悲願)을 풀기 위한 작업에도 진일보한 자세를 취했다.

이렇게 보면 정상회담에서 거론된 세 의제는 국지적이면서도 국제적이고 두 체제뿐만 아니라 민족적 염원까지 한꺼번에 담은 포괄적 문제들이다. 일찍이 남북기본합의서와 부속합의서에 명시하고도 실천하지 못했던 문제들이 정상의 만남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고 그를 실현하기 위한 당국간 대화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데 이른 것은 2000년대 한반도의 앞날이 절대 어둡지 않음을 확인시켜준 것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김정일(金正日)북한국방위원장에게 서울 답방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상호주의 입장에서, 서로를 완벽히 이해하며 한반도문제를 풀어가자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거듭 강조했듯 우리는 이번 한차례의 회담으로 수많은 난제들이 실타래 풀리듯 술술 풀려나가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 55년간 끊긴 다리를 잇자면 훨씬 더 많은 품과 정성이 깃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늘까지로 예정된 김대통령의 평양방문이 모쪼록 민족의 화해와 협력, 공존공영의 디딤돌로 자리매김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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