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現 세계증시, 美대공황직전 폭등장과 비슷

  • 입력 2000년 6월 13일 19시 17분


1920년대 들어 미국의 주식시장은 폭발적인 증가세를 거듭했다. 그러나 1929년 주식대폭락과 이듬해부터 시작된 대공황은 미국 경제를 침체에 빠트렸다. 1920년대 미국 증시의 폭발적인 활황세는 최근 미국을 비롯한 세계 증시의 모습과 닮은 꼴이다. 그렇다면 현 세계 증시도 ‘비극적’인 결말을 맺을 것인가.

미국의 일부 전문가들은 ‘그럴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투자가들의 지나친 도취감이 ‘거품’을 일으키며 단기간의 폭등을 불러왔다는 점이 비슷하기 때문에 ‘거품’이 빠지면서 단숨에 추락한 당시의 결말이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서는 1920년대와 현재의 유사점 속에서 ‘장밋빛’ 메시지를 이끌어낼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AWSJ)은 13일 1920년대와 현재의 증시를 비교하는 전문가들의 연구 결과를 소개하면서 ‘낙관적’인 몇 가지 시사점을 제시했다.

당시와 현재의 유사점 가운데 하나는 ‘혁명적인’ 기술을 바탕으로 한 이른바 ‘신경제’ 종목들이 증시의 활황세를 업고 대거 상장됐다는 점.

1918년부터 1934년까지 미 증시에 상장된 ‘신경제’ 기업들은 크라이슬러, 굿이어, 질레트 등 전기와 내연기관 분야에서 기술혁명을 선도했던 기업들이다. 뉴욕대학의 보이안 조바노비치 교수는 “당시 상장된 기업들은 주가대폭락과 대공황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기술력으로 위기를 극복했고 그 뒤에는 매우 훌륭한 영업성과를 냈다”고 진단했다.

조바노비치 교수는 1929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프록터 앤 갬블, 하니웰, 제니스 등의 예를 들었다. 이 기업들은 대공황을 겪으면서 주가가 1929년의 최고가에서 65%∼94%까지 폭락했다. 그러나 70년이 지난 지금 이들 기업의 주가는 1929년의 최고가에 비해 77배∼1900배까지 올라있는 상태.

AWSJ은 1920년대 ‘신경제’ 기업들이 전기와 자동차 관련 기업이었다면 현재는 PC와 인터넷 관련 기업이라고 분석했다. AWSJ은 “인터넷 기업에 대한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겠지만 기술력을 무기로 살아남는 기업들은 대공황을 이겨낸 1920년대 ‘신경제’ 기업들처럼 향후 고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메릴린치의 애널리스트 헨리 블라짓은 “인터넷 기업이 미국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15%선으로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금동근기자>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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