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성폭행? 성추행? 성희롱?성폭력?

  • 입력 2000년 5월 31일 19시 38분


최근 성(性)과 관련된 각종 사건이 빈발하면서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 ‘성폭력’이 란 단어가 난무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용어는 개념이 각각 다르고 그 행위에 대한 책임에도 차이가 있다.

▼성폭력▼

한국성폭력상담소(소장 최영애·崔永愛)는 ‘성폭력’에 대해 ‘성을 매개로 해서 상대방의 의사에 반해 이뤄지는 모든 가해행위’라고 정의한다. 성희롱이나 성추행 성폭행 등은 모두 성폭력의 개념에 포함된다. 이밖에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을 보내는 등의 ‘사이버 성폭력’과 일방적으로 전화를 하거나 쫓아다니는 ‘스토킹(Stalking)’ 등을 넓은 의미의 성폭력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성희롱▼

성희롱은 우리사회가 그동안 남성위주의 사고와 관습에 젖어온 탓에 ‘성에 관한 짓궂은 농담과 행동’쯤으로 치부돼 왔고 개념도 모호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98년 ‘서울대 우조교 성희롱 사건’ 상고심에서 성희롱이 민법 제75조의 ‘불법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 성희롱에 따른 손해(위자료) 배상의 길을 열었다.

성희롱의 개념은 지난해 개정 및 제정된 ‘남녀고용 평등법’과 ‘남녀차별 금지법’에서 최초로 명문(明文)으로 규정됐다. 두 법은 표현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성희롱을 ‘업무와 관련해 성적 언어나 행동 등으로 성적 굴욕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 언동 등을 조건으로 고용상 불이익을 주는 행위’라고 정의하고 있다.

노동부는 이 법을 근거로 지난해 7월 ‘성희롱행위 예시집’을 마련해 △음란한 농담이나 언사 △외모에 대한 성적인 비유나 평가 △원하지 않는 신체접촉 △회식 야유회 자리에서 옆에 앉히거나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행위 등을 성희롱으로 간주했다. 논란이 됐던 ‘음란한 눈빛’은 제외했다.

성희롱은 피해자가 사업주에게 가해자에 대한 부서전환과 징계 등의 조치를 요구할 수 있으나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다.

▼성추행·성폭행▼

성폭력의 정도가 성희롱을 넘어 범죄로 처벌되는 것이 강제추행(성추행)과 강간(성폭행)이다. 강제추행은 통상 성추행이라고 말하는 것이며 장원(張元)교수에게도 이 혐의가 적용됐다.

강제추행이 성희롱과 다른 것은 ‘폭행이나 협박’을 수단으로 ‘추행’을 하는 것이다. 여기서의 ‘폭행 협박’에 대해 대법원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물리력의 행사인 한 그 힘의 대소강약(大小强弱)을 불문한다’고 밝히고 있다. 판례는 상대방을 알몸이 되게 하거나 유방을 만지는 행위, 간음 이외의 비정상적 성행위 강요 등을 모두 강제추행으로 본다. 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을 가해 부녀(婦女)와 교접행위를 하는 것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성폭행’은 강간과 강간미수를 말한다. 강간죄는 피해대상을 ‘부녀(婦女)’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여자가 남자를 성폭행하는 것은 강간죄에 해당하지 않는다.

▼성폭력특별법▼

성폭력특별법은 성범죄에 관한 가중처벌과 고소제한 완화, 고소기간 연장 등을 규정하고 있다. 특별법은 이와 함께 제14조에서 ‘전화나 우편 컴퓨터 기타 통신매체를 통해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말과 음향 글 그림 영상 등을 보내는 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함으로써 ‘사이버 성폭력’의 처벌근거를 마련했다.

▼상담통계▼

성폭력상담소는 30일 지난해 1년 동안 직장내 성폭력 상담 접수건수가 586건으로 전년도의 340건에 비해 72.4%가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형별로 보면 성희롱과 가벼운 성추행이 359건(61.3%)으로 가장 많았고 △강간 167건(28.4%) △강제추행 35건(6%) △강간미수 25건(4.3%) 순이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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