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칼럼]사회보장 게을리해선 안된다

  • 입력 2000년 5월 28일 19시 50분


경제학자들은 대부분 대단한 투기꾼은 못된다. 이들은 지나치게 많은 것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길에 떨어진 100달러짜리 지폐는 줍는 게 아니다'고 했던 어느 저명한 교수처럼 이 들은 "만약 어딘가에 돈이 있다면 그 돈은 이미 누군가 차지해버렸을 것"이라고 짐작하곤 한다.

그렇지만 신중하다는 것은 거래현장에서 종종 불이익을 주기는 하지만 다른 곳에서는 이익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신중한 사람들은 보통사람들이 놓치곤 하는 '길에 떨어진 100달러짜리 지폐'처럼 손해볼 위험이 전혀 없고 좋기만 한 기회를 잘 잡아낸다.

그러나 현명한 사람들은 이런 기회가 매번 규칙적으로 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자기 일상 가계지출에 반영하지도 않고 (그가 정책결정자라면) 사회보장 재원으로 계상하지도 않는다.

역사적으로 주식은 아주 좋은 투자수단이었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제레미 시걸 교수의 책 '장기 투자수단으로서의 주식'에는 이런 사실이 잘 나타나 있다. 책에는 "20세기 내내 장기 투자수단이었고 그에 합당한 과실을 남긴 것은 채권보다는 주식이었다"는 내용이 있다.

따라서 "위험한 투자일수록 많이 남는다"는 유의 말은 여기에는 들어맞지 않는다. 즉 주식은 다른 무엇보다 더 나은 투자수단이었던 것이다. 주식은 어떤 이유에서든 아무도 줍지 않는 길거리에 떨어진 100달러짜리 지폐 또는 수십억달러짜리 돈뭉치였던 셈이다.

▼수익 보장없는 주식투자▼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이 사실을 잘못 이해해왔다. 그렇다고 해서 '주식은 언제나 좋은 결말을 가져다주는 투자수단'이라고 보장하는 법칙은 없다. 역사적으로 볼 때 주가는 언제나 과소평가 됐다는 경험이 있을 뿐이다.

투자자들은 위험이 아주 적다는 것을 깨달으면 흔쾌히 돈을 투자하면서도 기업들의 수익규모에 비례해 주가를 인정하는 데는 인색하다. 21세기로 넘어가는 지금 아주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다. 시걸교수가 연구대상으로 한 기간에 주가총액은 평균적으로 기업수익의 15배를 넘지 않았고 투자자들은 7% 가량의 배당을 받았다. 지금은 주가총액이 평균적으로 기업수익의 30배쯤 된다.

주가가 비정상적으로 뻥튀기 된 것일까 아니면 투자자들이 마침내 시걸교수의 지적을 그대로 받아들여 주식을 장기투자의 금과옥조로 삼게 된 것일까. 어쨌든 지금은 길에 떨어진 100달러짜리 지폐를 누군가 집어들었다. 오늘날 주식투자자들이 주식을 과거보다 두배 값으로 사들이고 기업 수익은 과거 패턴대로 증가한다면 이들은 결국 역사적으로 계속돼 온 수익률의 절반만 건질 각오를 해야 한다.

▼부시"주식통한 개혁"주장▼

공화당 대통령후보 조지 W 부시의 정책자문역들을 포함해 사회보장제도 개혁 방안을 주창하는 사람들은 '주식'이 문제를 푸는 열쇠라고 주장한다. 주식은 영원히 7%의 배당률을 보장할 것으로 믿기 때문이다.

누군가 '미국주식은 과거보다 훨씬 비싸다'고 지적하면 이들은 '주식은 역사적으로 최고의 투자수단'이라는 주문(呪文)을 되뇌곤 한다. 달리 말하면 길에 100달러짜리가 떨어져 있었으니까 아직도 거기 그 돈이 있다는 말이다.

▼"채권투자 권고" 자기모순▼

그러나 부시는 최근 케케묵은 미국식 부정직함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 달 중순 있었던 연설에서 그는 "노동자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안전한 우리 정부채권에 투자하면 사회보장 제도에서 받는 돈의 두 배를 번다"고 말했다. 더 기막히는 것은 사회보장기금이 자금을 (주식이 아니라) 송두리째 미 정부채권에 투자하고 있다는 것이다.

독자 중에 누군가 '이런 것은 지엽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도 아무런 고통 없는 아주 부드러운 사회보장제도를 고안해 내겠다고 장담할 수 있다. 마땅히 해소해야 할 사회보장제도의 문제를 해결하기만 한다면 말이다.

<정리〓윤희상기자>he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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