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강창희/'주가 급락' 어떻게 대처할까

  • 입력 2000년 5월 24일 19시 04분


주가가 연일 급락세를 나타내 투자자들이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막연히 불안 분위기에 휩쓸릴 게 아니라 주가급락의 원인과 대응책을 보다 냉정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우선 최근 주가하락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미국 일본시장에서도 지난해에 정보기술(IT) 관련산업을 중심으로 미래성장성 하나만 믿고 지나치게 투자자금이 몰려든 데 대한 반성이 주가 하락으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 성장주 대표격으로 여겨왔던 소프트방크의 주가는 80%, 히카리통신은 98%나 하락했다.

물론 성장주의 과열에 제동을 건 것은 미국의 연속적인 금리인상이다. 성장주는 고금리에 가장 약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 증시의 하락폭이 미국 일본보다 더 큰 것은 어떤 연유인가. 원래 프로투자자나 참여해야 할 코스닥, 프리코스닥시장에 아마추어 투자가까지 가세해 주가를 지나치게 올린 데 대한 반동이 미국 일본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구조개혁을 늦춰서는 안된다는 취지로 언론이 일제히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것도 투자가의 불안심리를 증폭시키고 있다. 그러나 언론보도는 구조개혁이 왜 지연되고 있으며, 처방전은 무엇인지를 제시해야지 막연히 불안감만을 조성하는 것이어서는 안된다. 불안감확산으로 수익성, 성장성이 높은 유망기업의 자금조달까지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금융시장 측면에서 보면 회사채시장, 주식시장이 맡아왔던 금융중개기능이 최근의 투신 은행 등의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마비되어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구조조정과 관련된 내용이 투명하게 밝혀지고 공적자금이 필요한 곳에는 즉각 투입이 되어야만 금융중개기능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당국자와 금융기관 종사자가 소신있게 이 난국을 정면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분위기는 나오는 말마다 형사책임, 경영책임뿐이니 어떻게 소신을 갖고 일하겠는가.

투자자의 투자태도 또한 반성이 필요하다.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위험(RISK)을 피해야 한다. 하나는 시장위험이고 또 하나는 개별종목 위험이다.

개별종목 위험은 투자자 자신이 직접하든, 전문가의 힘을 빌리든 열심히 기업방문을 하고 재무내용을 분석해 예측 정밀도를 높이면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반면에 시장위험을 피하는 방법은 장기투자에 있다.

정말로 재무내용이 좋고 장래의 성장성, 수익성이 높은 종목이라면 요즘과 같은 불안국면만 지나면 반드시 제 값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난해 이후의 주식시장 열기 속에서 이러한 투자철학을 지켜온 투자자가 과연 얼마나 될까. 현재 우리 주식시장에는 자본금 이상의 수익을 내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를 넘기고 주가수익비율(PER) 2, 3배 이하, 주가순자산 비율(PBR) 0.5배 이하, 배당수익률 10% 이상의 종목이 얼마든지 있다.최근의 위기국면이 맹목적인 성장주 과열에 대한 반성과 함께 ‘가치주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 저평가된 주식에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강창희(템플턴투신운용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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