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홍의 e컬처]나의 반쪽 사이버 세상에 있었네

  • 입력 2000년 5월 21일 20시 37분


누구나 멋진 만남을 꿈꾼다. 누구나 자기만의 이상형을 찾는다. 누구나 자기의 반쪽이 어딘가에 있다고 믿는다. 그리고 그것을 찾아나서기를 결코 주저하지 않는다. 어딘가에 닿아있을 인연의 끈을 찾아, 두 조각난 반지를 하나로 잇기 위해 우리는 너나없이 만남의 순례길을 기꺼이 떠난다. 어떤 의미에서 만남은 기적이다. 그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유독 그 남자와 그 여자라니. 왜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서 나일까 혹은 너일까라는 생각을 한번쯤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좋은 만남'사이트 곳곳에 ▼

그러나 동네 어귀의 물레방아간에서 이루어졌을법한 가슴설레는 만남은 더 이상 현실이 아니다.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지만 지금은 오히려 만원 지하철안에서 잘못 옷깃이 스치면 치한으로 오해받기 십상이다. 산업화의 고동소리가 숨가쁘게 울리던 시절에는 등하교길 만원버스안에서 눈여겨 보아둔 여학생을 무작정 쫓아가는 것이 만남의 시작이었지만 지금 그렇게 하면 스토커가 되어버린다. 눈에 띄는 사람은 많은데 정작 내사람이다 싶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는 것이 요즘 세태다.

한때 대학을 다니는 유일한 의미가 아닐까 착각될 정도였던 대학가의 미팅문화는 초등학교까지 확산되어 버린 지 오래다. 그 미팅문화가 PC통신의 온라인문화와 눈이 맞아 나온 것이 ‘채팅’이다. 그러나 바람난 채팅이 온라인안에 갇혀 있을리 만무하다. 채팅하다 맘만 맞으면 당장이라도 번개처럼 만난다. 그래서 ‘번개팅’이 생겨났다. 인터넷은 사이버미팅, 사이버맞선, 사이버웨딩은 물론 사이버관상과 사이버궁합까지 현실화 시키며 만남의 문화, 만남의 양식을 송두리째 변화시켰다.

인터넷에 들어가 ‘맞선’ ‘결혼’ ‘만남’ ‘미팅’ 등의 단어를 주제어로 검색을 하면 엄청난 수의 관련 사이트와 마주하게 된다. 대부분 상업적 이유로 개설된 사이트여서 소개는 피한다. 그러나 동호회 수준의 무료 사이트도 많다. 꼭 결혼이 아니라도 사이버 미팅, 사이버 맞선 등 얼마든지 ‘좋은 만남’(forum.netian.com/@goodmeet/)의 장소가 많다.

아랫 동네로 시집가고 윗 동리로 장가들던 것 같은 만남의 지역적 제한성에 더 이상 구속받지 않게 되었음은 물론이다. 인터넷안에서는 제주도처녀와 서울남자도 비행기삯 없이 시간에 구애받지않고 자연스럽게 만난다. 실제로 사이버미팅을 통해 8명의 결혼커플을 탄생시킨 천리안 만남동호회(user.chollian.net/∼zsduri/)의 두 번째 커플은 대구에 사는 남자와 성남에 사는 여자였다.

인터넷안에서 관상과 궁합도 본다. 자신의 얼굴을 입력시키면 운명학적으로 궁합이 가장 잘 맞는 스타일의 이성 모습을 볼 수 있다. 절대로 만나서는 안될 스타일도 보여준다. 그리고 등록된 회원중에서 이상형을 찾아볼 수도 있다.(mypartner.co.kr) 옛부터 전승된 전통관상학을 사이버공간에 재미있게 재현한 셈이다. 상대방의 생년월일과 태어난 시간을 입력해 궁합도 볼 수 있다.(fortune.daum.net/cgi-bin/ghap.cgi)

▼관상-궁합 맞춰서 볼수도 ▼

사람은 만남으로 자란다. 좋은 만남이란 늘 가슴설레는 일이다. 더구나 그것이 선남선녀들일 경우에는 더 말할 나위 없다. 그러나 몇날 며칠을 가슴 졸이며 물레방아간에서 만나든 순간적인 필링을 놓치지 않고 번개팅으로 만나든 여전히 중요한 것은 서로의 눈길이 그 사람의 존재에 대한 헌사가 되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정진홍(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커뮤니케이션학)

◇다음회 주제는 '사이버 중독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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