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여의도 금융가 부실문책 '폭풍전야'

  • 입력 2000년 5월 18일 19시 29분


여의도에 ‘숙정 회오리’가 불어닥칠 조짐이다.

투신권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이 여론의 거센 비판을 받으면서 전현직 경영진에 대한 민형사상 응징을 바라는 목소리가 팽배해진 때문. 다급해진 금융당국은 전현직 경영진에 대해 형사책임을 물을 수 없다던 당초 입장을 버리고 배임 혐의로 고발하는 쪽으로 강경 선회했다.

▼배임 횡령등 형사고발 임박▼

▽“모양새 사납게 될 것”〓양 투신에 대한 부실검사는 이미 올 3월 끝난 상태. 2, 3개월동안의 소명과 반박 절차를 거쳐 이제 대상자에 대한 형사고발 조치만 남은 셈이다.

금감원 실무자들은 “배임혐의를 입증하기 위해선 주관적인 범의(犯意)와 객관적인 위법사실을 찾아야 하는데 솔직히 어려운 과제”라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정치적 풍향’을 무시하지 못하는 금감원 고위인사들의 입장은 한층 강경하다. 한 관계자는 “1, 2명에게서 배임혐의가 드러나고 있으며 검찰이 수사권을 발동하면 횡령 등과 같은 개인비리도 드러날 것 같다”면서 “모양새 사납게 됐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22일 심의제재위원회를 열어 제재 내용을 결정할 계획.

▼한투-대투 前現사장 포함설▼

▽누가 대상인가〓전현직 사장들이 모두 사정권에 들어있다. 한국투신에는 이종남 현사장을 비롯해 변형(재임기간 96년9월∼99년12월9일) 이근영(94년3월∼96년9월, 현 산업은행장)전사장이, 대투는 95년부터 경영을 맡은 김종환사장이 포함된다. 금감원은 이들에 대해 배임, 위규부당적용, 리스크관리태만, 해외투자펀드 손실 등 입체적으로 경영부실을 파헤쳐 적잖은 ‘성과’를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형사고발에도 불구하고 투신 부실의 상당부분은 정책 실패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무성해 비난여론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

▽용두사미로 끝나곤 하는 형사조치〓금감원은 18일 국회 재경위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2년여 동안 공적자금이 투입된 240개 부실금융기관 중 237개 기관에 대한 검사를 마쳐 모두 1948명을 문책하고 이중 941명에 대해서는 ‘형사조치’했다”고 밝혔다.

예금보험공사는 이와 별도로 부실책임자 중 293명을 대상으로 3143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 현재 71개 부실금융기관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 가운데 18건에 대한 법원의 1심 판결결과는 승소 12건, 패소 6건으로 청구금액대비 승소율은 59%로 집계됐다.

▼지금까지 941명 형사조치▼

형사조치는 금감원이 혐의를 어느 정도 입증한 형사고발과 ‘정황은 있지만 수사권이 없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검찰통보로 나뉜다. 금감원은 그동안 경영진의 투자행위에 대해 형사상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형사조치보다는 ‘경고’를 남발, 금융기관 경영진의 도덕적해이를 방치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형사조치 대상 인사들은 1, 2년뒤 다른 금융기관이나 산하단체 경영에 슬그머니 복귀하기도 했다.

<박원재·박래정기자> 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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