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월드]유럽 '2세 기피' 풍조 만연…각국 초비상

  • 입력 2000년 5월 14일 20시 07분


인도 인구가 12일 10억명을 넘어섰다. 인도에서 매년 태어나는 사람은 호주의 전체 인구와 맞먹는 1500만명. 중국은 지난해 12억 6000만명을 넘어섰으며 2010년에는 14억명에 이를 전망이다. 지구촌 인구는 지난해 60억명을 넘어섰으며2050년에는 100억명을 넘을 것이란 예측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인구폭발 위기는 유럽국가에는 딴 세상 이야기일 뿐이다. 아이를 낳지 않는 풍조가 만연해 이민이 없으면 절대인구가 줄어들 지경에 이르렀다.

▼증가율 2차대전후 최저▼

▽유럽의 인구감소 추세〓지난해 유럽연합(EU) 15개국의 평균 인구 증가율은 0.07%로 제2차세계대전 후 최저를 기록했다. 올해 1월 EU 15개국 인구는 3억7640만명으로 1년 전에 비해 0.26%, 98만3000명이 늘었다. 이중 71만7000명이 다른 권역 국가로부터의 이민에 의한 증가였다. 자연증가는 26만6000명에 불과하다. 독일 이탈리아 스웨덴 3개국은 이민을 포함해도 절대 거주 인구가 줄었다. 자녀를 갖지 않는 부부와 독신자의 증가, 출산을 해도 1명에서 그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1999년 신생아 출생은 전년에 비해 0.5% 줄어든 400여만명으로 역시 2차대전후 최저다.

동유럽 국가도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져 2050년에는 현재보다 인구가 3분의 1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유엔 유럽경제위원회(UNECE)가 최근 전망했다. 동유럽의 출산율 하락은 공산주의 붕괴 이후인 90년대에 가속화됐다. 임금하락, 고용감소, 육아비용 증가,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UNECE는 최근 보고서에서 인구가 현상유지되려면 가임 여성 1인당 2.1명이 태어나야 하지만 동독 0.83명, 라트비아 1.09명, 불가리아 1.11명 등에 불과해 인구감소와 고령화 추세가 두드러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 유럽대륙은 아이 갖기 운동을 펴지 않으면 절대 인구가 감소할 처지에 놓이게 된 것이다.

▼2015년 세명중 한명 연금생활▼

▽위기 맞은 복지 정책〓유럽의 인구 감소추세는 고령화, 조기퇴직과 맞물려 복지정책을 위협하고 있다.

2015년 유럽의 연금 생활자는 전체인구의 3분의 1인 1억1300만명으로 추산된다. 유럽 대부분 국가의 정년 퇴직 연령은 65세. 그러나 남성의 실제 평균 퇴직 연령은 61세다. 조기퇴직에 따른 불이익이 크지 않기 때문에 퇴직후 여생을 즐기려는 것이다. 또 유럽 각국 국민중 상당수는 실업률이 10%를 넘고 일자리 수는 크게 늘지 않은 만큼 조기퇴직을 통해 젊은 인력에게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여성의 평균 퇴직연령은 58세다. 50년전에 비해 평균 수명은 11년이 늘어났다. 결국 조기퇴직과 수명연장에 따라 15년 가량을 연금만으로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2030년에 이르면 연금생활자 인구와 경제활동 인구가 똑같아질 것이란 분석이다. 그만큼 후세의 부담이 커져 ‘늦게 태어난 설움’을 맛보게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미국 투자회사 메릴린치의 분석가 잔 만텔은 “유럽의 연금제도는 오래 근무하면 할수록 정부에 돈을 더 내야하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세금으로 지탱되는 국가연금제도를 보완해줄 만한 기업 등 사적인 연금 제도조차 별로 없다. 메릴린치 분석에 따르면 기업 연금을 받는 유럽 근로자는 7%에 불과하다.

이민 유입이 일차적인 해결책이다. 그러나 유럽국가는 미국에 비해 외국인에 대한 적대감이 큰 까닭에 이 또한 쉽지 않다.

▼연금재정 위기 유로貨 위협▼

▽유로에 대한 위협〓인구 고령화와 연금 수령자의 증가는 유럽 단일 통화인 유로의 장래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다. 가령 이탈리아가 연금 재정지출을 확대해 재정 적자가 늘어나면 이자율이 높아져 다른 유럽국가에 영향을 주게 된다. ‘연금 재정’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세금을 대폭 올리거나 연금을 대폭 줄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할지 정치적 판단을 하기 어렵다. 또 어느 쪽을 선택하더라도 사실상 실행하기 불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유럽 각국의 고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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