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고릴라 게임', '보석株' 고르는 법

  • 입력 2000년 5월 12일 19시 19분


□고릴라 게임 / 제프리 무어 / 씨앗을 뿌리는 사람

최근 ‘반에 반 토막’의 쓴맛을 본 투자자들은 고민이다. 다들 첨단 유망주라고 주장하는데 도통 믿을 수가 없다. 어느 것이 진짜고 어느 것이 가짜인지 아리송하다.

그렇다고 모험을 할 만큼 큰 돈도 없고, 시시각각 시황판에 촉각을 곤두세울 여력도 없다. 유망기술에 대한 지식도 그저 그렇다. 그래도 미래의 마이크로소프트사를 찾아낼 수만 있다면….

‘하루종일 첨단기술 회사들의 기업전략을 만들고 분석하는’ 3인의 저자가 이런 고민에 답한다. ‘고릴라 게임’의 부제는 ‘첨단기술 시대의 초고속 성장주 골라잡기’. ‘하이테크주’를 통해 장기간 수익을 낼 수 있는 안전한 투자법을 제시하는 것이 목적이다. 한마디로 ‘성실한 사람을 위한 성실한 게임’이다. 조석으로 투자종목을 넘나드는 ‘메뚜기 투자자’나 인터넷주의 뻥튀기에 홀린 ‘묻지마 투자자’는 해당되지 않는다.

책의 요지는 의외로 간단하다. 첨단기술 주식시장은 적자생존의 정글법칙이 지배하는 생태계와 같다. 몇 년내 초고속으로 성장해 시장을 싹쓸이할 몇 마리의 고릴라와, 어느 정도 성장하다 말게 될 여러마리의 침팬지, 얼마 되지않아 사라질 수 많은 원숭이 새끼가 섞여 있다. 따라서 먼저 고릴라로 대성할 놈을 알아보면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지극히 당연한 말씀이다.

문제는 어느 놈이 고릴라인지 판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먼저 고릴라와 원숭이를 구별하는 안목이 필요하다(1-4부). 관건은 이전과는 단절된 혁신적 기술인가 여부. 그중에서도 초기 시장규모는 작지만 일시에 표준화되는 기술을 주목하라고 권한다. 인텔사의 CPU처럼 될 성 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

이론학습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고릴라를 수색하고 포획하는 실전 투자법이 이어진다(5-7부).

감이나 운이 아니라 주당수익, 시가총액, 매출대비 시가총액(P/S율), 수익대비 시가총액(P/E율) 같은 명확한 실적자료가 동원된다.

하지만 제 아무리 탁월한 선견지명을 갖고 있다해도 족집게처럼 고릴라만 집어낼 수는 없다. 위험을 분산시키는 적절한 포트폴리오를 짜는 것이 관건이다.

저자가 추천하는 투자원칙은 이렇다. 2∼4개의 고릴라 후보를 골라서 장기간 보유하라. 대체기술이 등장해 고릴라가 될 가능성이 사라지면 즉각 팔아라. 고릴라가 등장하면 다른 주식은 모두 처분해 고릴라에 통합시켜라. 또 하나, 대부분의 뉴스는 고릴라 게임과 상관없으니 부화뇌동하지 말라.

국내 투자가가 가장 관심이 많을 인터넷주는 별도로 짤막하게 언급됐을 뿐이다(13장). 저자는 인터넷 종목에는 고릴라가 없다고 단언한다. 기술력보다 시장선점이 중요한 디지털 돌연변이 시장의 투자법을 ‘고질라 게임’으로 명명하고 몇 가지 상식적인 충고를 덧붙인다.

저자들의 확신에 찬 어조에도 불구하고 국내투자자들이 얼마나 ‘고릴라’를 사랑할지는 미지수다. 주식을 투자 아닌 투기로 바라보는 풍토, 하이테크주보다 소위 ‘닷컴주’에 편향된 장세 때문이다. 마이크로소프트사 같은 ‘고릴라’는 미국에만 서식할 가능성도 높다. 486쪽, 1만6000원.

<윤정훈기자>dig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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