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Arts]러 영화인의 '금의환향'

  • 입력 2000년 5월 11일 19시 44분


알렉산드르 페트로프(42)는 4월에 할리우드에서 고향인 러시아로 돌아갔을 때, 기차역에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가 3월 26일에 열린 오스카상 시상식에서 22분짜리 애니메이션 영화인 ‘노인과 바다’로 최우수 단편 애니메이션 상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페트로프는 자신을 맞으러 나온 친구, 팬, TV 기자, 정부 관리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일을 아내인 나타샤에게 맡겨 버렸다. 그 날 그 자리에 있었던 기자들의 말에 따르면 나타샤의 답변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지금 당신들은 우리를 엄청나게 치켜세우고 있지만, 정작 우리가 당신들을 필요로 했을 때 당신들은 어디 있었습니까?”

러시아인들은 페트로프가 오스카상을 받은 것이 지난 10년 동안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살아남은 러시아의 문화, 전통, 예술적 재능의 승리를 상징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페트로프의 영화가 러시아 영화계의 중심인 모스크바의 영화의 집에서 특별 상영되었을 때, 한 여성은 페트로프의 팔을 붙잡고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를 연발했다. 러시아인들이 여전히 뭔가를 하고 있음을 보여준 사람이 드디어 나타났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오스카상을 탈 때까지 페트로프는 러시아에서 전혀 유명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가 전에 만든 작품들이 러시아에서 상을 받기는 했지만, 그의 고향인 야로슬라블에는 페트로프라는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사람이 더 많았다. 그가 8년 전에 시청 관리들에게 자신의 작업에 후원을 해줄 것을 요청했을 때에도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이번에 상을 받은 ‘노인과 바다’도 캐나다에서 캐나다 영화사와 일본인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완성됐다. 세계 최초로 아이맥스 영화관을 위해 제작된 이 영화는 헤밍웨이의 소설을 아름다운 영상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페트로프의 작업 스타일에 따라 붓 대신 손으로 그린 그림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영화의 제작자들은 이 영화를 만들 때 상당히 불안했었다고 털어놨다. 처음부터 아이맥스 영화관을 위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던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페트로프는 “작업이 끝날 때까지 서로 말은 안했지만 나도 불안했고 제작자들도 불안해했다”면서 “나는 아이맥스 영화관의 거대한 스크린에 내 지문이 나타날까봐 걱정을 했었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film/050100petrov-oscar-russia.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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