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미국인 의식조사]도덕성과 자기정체성

  • 입력 2000년 5월 9일 19시 53분


《미국인들은 마음 속 깊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사랑 결혼 가족 돈 직장 가치 희망 종교 그리고 자기 자신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가. 뉴욕 타임스 매거진이 전국 50개주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10회시리즈로 소개한다.》

▼선의의 거짓말▼

▽당신은 다음의 문장에 동의하십니까?

◇거짓말은 때로 필요하다. 특히 다른 사람의 감정을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을때 그렇다.

 전체개신교신자가톨릭신자종교없음기타
동의함60%56%68%65%54%
동의하지 않음37%40%29%32%44%
잘 모르겠음/무응답3%4%3%3%2%

거짓말에는 여러 가지 형태가 있다. 첫째, 진실을 잘못 전달하는 것. 둘째, 비밀을 털어놓지 않는 것. 셋째, 자신이 사실이기를 바라는 것을 사실처럼 전달하는 것. 넷째, 진실이 너무나 빨리 변하기 때문에 진실이라고 전달한 것이 금방 거짓이 되어버리는 것. 다섯째,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을 전달하는 것.

이 중 다섯 번째 경우를 살펴보자. 사람들은 거의 언제나 사실을 잘못 이해하는 잘못을 저지르기 때문에 사람들이 하는 거의 모든 말이 궁극적으로는 거짓으로 판명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질문에 대한 가장 솔직한 대답은 “모르겠다”가 될 것이다. 그러나 항상 “모르겠다는 말만 연발하는 사람은 지나치게 자기 생각이 없는 사람으로 보일 수 있다. 설사 항상 “모르겠다”는 대답을 연발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해도, 사람들은 그 사람이 생각을 너무 많이 한다고 말할 것이다. 생각을 많이 하는 것은 전혀 미국적인 특징이 아니다.

한편 상황이 복잡해서 진실을 밝히기가 어려울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정부 관리들은 어떤 위기 상황에서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곤 한다. 그러나 진실이 알려지면 거의 언제나 행동이 뒤따르게 마련인데, 행동은 나중에 잘못된 판단에 의한 것으로 판명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능한 한 행동을 미루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며 이를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진실이라는 것이 거의 언제나 잘못 전달될 수 있는 것이라면, 거짓말에 대한 도덕적 판단은 거짓말의 동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번 조사에 참가한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 도덕적인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들에게 제시된 문장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거짓말을 하는 것이 때로 필요하다”는 것이었다면 이들의 대답은 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사실 우리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때로는 거짓말을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예를 들어, 카터 대통령은 이란의 인질구출 작전이 실패한 후, 미국인들에게 인질사태가 쉽게 풀 수 없는 딜레마라고 인정했다. 그리고 그는 이 정직함 때문에 사람들에게 약한 사람으로 인식되었으며, 선거에서 단 한 번도 딜레마에 빠져본 적이 없을 것 같은 단순한 사람에게 패배하고 말았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507mag-morality.html)

▼아메리칸 드림▼

▽당신은 다음의 문장에 동의하십니까?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는다.

($, 연수입)전체3만이하3만~5만5만~7만5천7만5천이상
동의함85%82%84%89%90%
동의하지 않음14%15%15%10%10%
잘모르겠음/무응답1%3%1%1%0%

아메리카 대륙이 갑작스럽게 등장한 이후, 유럽에서 건너온 미국인들은 광활한 미개척지를 바라보며 살아왔다. 동부에서 일이 잘못돼도 사람들은 언제나 새로운 땅을 향해 떠날 수 있었다. 미국인의 85%가 아직도 자신들에게 한계가 없다고 믿고 있다는 사실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도 미개척지가 남아있음을 시사한다.

그러나 잠깐만 생각해보면 이 믿음이 현실과 얼마나 거리가 먼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미국인 10명 중에서 뇌수술 전문의가 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8.5명이나 될까? 물론 그 사람들이 처음부터 뇌수술 전문의가 되기를 바라지 않을 수도 있다. 어쩌면 미국인들은 이미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되어 있거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믿음만으로 행복해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것이 바로 아메리칸 드림의 비밀스러운 이면이다. 즉 우리는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함으로써 동시에 가장 규범적인 사회적 통제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인들은 처음부터 자신이 될 수 없는 것이 되고 싶다는 희망을 품지 않는다.

W. E. B. 뒤부와는 ‘필라델피아의 흑인들’이라는 글에서 “가장 겸손한 백인 종업원은 자신이 일을 잘 할수록 승진의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안다. 흑인 종업원은 자신이 일을 잘 할수록 그 일을 오래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안다”고 썼다. 미래에 대한 미국인들의 꿈은 언제나 그들에게 어떤 것이 허락되어 있는가에 따라 좌우되었다. 그런데도 85%나 되는 미국인들이 누구나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믿고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인의 절반이 자신의 인종적 배경이 자신의 인생에서 별로 큰 역할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흑인들 중에서는 같은 대답을 한 사람이 무려 4분의 3이나 되었다.

게다가 경제적인 계급 역시 가능성에 대한 믿음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고 대답한 사람은 수입이 7만5000 달러를 넘는 사람의 90%, 수입이 3만 달러 이하인 사람의 82%였다.

사실 미국인들이 새로 발견한 미개척지인 인터넷과 컴퓨터 기술은 미국인들에게 끝없는 가능성을 새롭게 약속해주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개인들이 지고 있는 빚의 액수도 무제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개인 파산자의 숫자는 무려 4배나 늘어났다. 미국인들은 가지고 있는 것을 모두 잃어버릴까봐 두려워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것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릴까봐 겁에 질려 있다.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home/20000507/mag-identity.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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