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산불 피해 보고서]"홍수대비 造林해야"

  • 입력 2000년 5월 8일 19시 47분


“산불로 인한 생태계 피해는 막심했다. 그러나 자연복원 가능성은 남아 있다.”

8일 환경부가 발표한 동해안 산불 발생 지역에 대한 자연생태계 피해조사 결과는 이렇게 요약할 수 있다.

보고서는 고성 강릉지역, 동해 삼척지역, 삼척 울진지역 등 3개 지역으로 나눠 지난달 19∼23일 진행된 현지 답사 및 전문가 토론 등을 거쳐 작성됐다.

이번 산불에도 불구하고 실태조사 과정에서 삼척 울진지역은 원앙 등 55종 397개체, 고성에서는 18종 112개체, 강릉에서는 19종 60개체 등의 야생 동물이 목격됐다.

▼도로인근 소나무림 큰 피해▼

▽고성 강릉지역〓고성군 명파산의 경우 민통선 내 활엽수림의 피해가 가장 적었고 사람왕래가 많은 인가 및 도로 인근 소나무숲의 피해가 컸다. 죽왕산은 96년 산불로 인공 조림된 700㏊가 다시 불에 탄 것이 특징이었다. 강릉 사천산은 고도가 낮은 지역의 피해가 특히 심했다.

산불이 난 시기가 개구리와 도롱뇽 등 양서류의 산란기였는데 열기에 의해 부화율이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특히 쓰러진 고목 등에서 사는 뱀, 나무 위에서 집을 짓고 사는 청설모 등의 피해가 큰 것으로 관찰됐다. 그러나 등줄쥐 두더지 등 땅속에 사는 동물은 상대적으로 산불의 피해를 덜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맹금류에 포식당한 까마귀 시체도 발견됐는데 이는 산림이 불에 타 숨을 곳이 없어졌기 때문인 것으로 보였다.

▼참나무 가지 새잎 돋아나▼

▽동해 삼척(미로면)지역〓이 지역은 소나무숲의 피해가 특히 컸다. 나무가 불에 의해 전소되거나 일부 탔는데 일부만 탔더라도 잎이 마르는 등 서서히 고사하고 있는 것으로 관찰됐다. 그러나 경사면에서 자라던 참나무류는 대부분 지표에 면한 부분만 약간 불에 탔으며 가지에서 새 잎이 돋아나고 있어 한가닥 희망을 남겨주었다. 자연에 맡겨두면 이전의 소나무숲은 30년 가량 흐르면 낙엽활엽수림으로 대체될 것으로 전망됐다.

동해 지역에서 포유동물의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반면 낙엽활엽수림이 불탄 지역에서 화재 이후의 것으로 보이는 고라니 발자국이 발견됐다. 지렁이 개미류 거미류 등 여러 가지 토양동물도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동이 자유로운 흰배지빠귀 어치 호랑지빠귀 동고비 꿩 까마귀 등 조류가 자주 눈에 띄었다.

▽삼척(근동면) 울진지역〓삼척시 원덕읍 검봉산(6816m) 동쪽 경사면의 피해가 가장 심했다.

또 불에 탄 소나무숲의 상당수가 경사가 40∼50% 이상 되는 지역에서 자라고 있어 토양 침식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극소수의 억새가 3∼5㎝ 가량 지상으로 올라오고 있었으나 그 외의 식물은 발견되지 않았다. 또 땅을 5∼10㎝ 팠으나 별다른 종자가 나오지 않아 화재의 위력을 새삼 느끼게 했다.

박새 개똥지빠귀 등 조류가 육안으로 확인됐으며 멧토끼 다람쥐 멧돼지 고라니 등 포유류도 볼 수 있었으며 특히 천연기념물 330호인 수달도 한 마리 발견됐다. 그러나 전국적으로 많이 서식하고 있는 청설모는 나무 윗부분이 대부분 불에 타서인지 찾아보기 힘들었다.

▼"자연회복 가능지역 많아"▼

▽평가 및 대책〓환경부 관계자는 “피해지역이 워낙 광범위하고 지역별로 피해 유형 및 정도가 찬차만별이었는데 장마철 홍수 피해가 우려되는 지역 등 당장 조림이 필요한 지역도 있었지만 자연회복이 가능한 지역도 많았다”고 평가했다.

소나무가 전소된 경사면 등은 토양유실 등을 감안해 인공조림이 불가피하지만 인공조림이 이뤄지더라도 가능한 한 소실목을 존치해 토양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고 활엽수림으로 자연 복원이 가능한 곳은 인위적 조림을 피해야 한다는 것.

환경부는 이와 관련해 조림학자 생태학자 및 민간단체 지방자치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한 가운데 정밀조사를 벌여 조림 지역과 자연복원 지역을 구분해 대책을 수립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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