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채권銀 희비 엇갈려] 워크아웃기업 실적에 웃고울고

  • 입력 2000년 4월 13일 19시 42분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기업의 실적에 따라 채권은행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워크아웃이 도입된 지 1년6개월만에 경영 호전으로 위기에서 벗어나는 업체들이 생겨나면서 자금을 댄 은행이 뜻하지 않은 이익을 내는 사례가 나타나는 반면 상당수 은행은 올해도 울며 겨자 먹기로 추가자금 지원과 워크아웃 기간 연장을 해줘야 하기 때문.

▽돌아온 탕아들〓서울은행은 1∼3월 95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고 잠정 집계하면서 이중 120억원은 지난해말 대손충당금이 영업이익으로 전환된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말 대출의 최고 20%를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던 워크아웃 기업들 중 일부가 회생하면서 이들에 대해 대손충당금을 쌓을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

조흥은행도 최근 강원산업이 인천제철과 합병해 워크아웃에서 졸업하게 되면서 지난해말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던 175억원을 영업이익으로 전환했다.

조흥은행은 14개 워크아웃 주관업체중 동방 동방금속 제철화학 한창제지 등 4개사를 늦어도 6월까지 워크아웃에서 졸업시킬 계획이어서 대손충당금으로 쌓은 금액 중 약 100억원이 추가로 영업이익으로 들어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기업구조조정위원회가 65개 워크아웃 기업(대우계열사 12개 제외) 중 졸업을 권고한 제철유화 일동제약 성창기업 등 15개사 가운데 적어도 10개사가 상반기에 워크아웃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여 채권은행들은 상당한 금액의 대손충당금을 줄이게 될 전망이다.

아남반도체는 채권은행이 지난해 10월 액면가(주당 5000원)로 출자전환한 주식이 1만6700원(12일 종가기준)으로 세 배 이상 올라 조흥 외환 신한 서울 한빛은행 등 채권은행단에 1조원 이상의 주식 평가이익을 안겨주면서 ‘탕아’에서 ‘효자’로 완전히 변신했다.

▽가시지 않은 워크아웃 먹구름〓일부 업체들이 워크아웃에서 졸업하면서 채권은행들에 한줄기 희망을 던져주고 있지만 워크아웃 추진은 여전히 먹구름이 끼여있는 상태.

채권은행들은 올들어 최근까지 동아건설 등 18개 워크아웃 업체에 대해 출자전환 등을 통해 약 6조원에 육박하는 2차 채무조정을 해준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지원자금만으로는 회생이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자금을 더 지원해 은행권의 부담은 훨씬 늘어난 셈. 이중 신호 세풍 등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워크아웃 기한을 2002년말에서 2004년으로 연장해주기까지 했다. 아남반도체의 경우는 특별한 케이스로 은행들이 출자전환한 주식들의 대부분은 아직 액면가 이하에서 머물고 있으며 액면가의 20%까지 떨어진 업체까지 있어 주식평가손이 막대한 실정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최근 워크아웃 기업들이 소생 기미를 보이고 있지만 은행이 그동안 지원한 자금을 완전히 회수하는데는 최소한 3, 4년의 기간이 더 소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현진기자>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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