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교운영위의 선거바람

  • 입력 2000년 4월 13일 19시 42분


일선 초중고교에 구성되어 있는 학교운영위원회가 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선거바람에 휩싸이고 있다는 소식이다. 올해 교육감 선거가 있는 지역은 서울 충남 전북 대전 등 4개 시도이며 지난해 말 관련 법 개정에 따라 학교운영위원 전원에게 교육감 투표권이 주어진 뒤 처음 치러지는 선거가 된다. 선거가 다가오면서 교육감 입후보 예정자들이 학교운영위원들을 상대로 지지활동을 펴면서 갈수록 혼탁양상을 보이고 있다.

학교운영위원회는 학교별로 중요한 문제가 있을 때 의사결정을 하고 예산집행을 감시 감독하는 교내기구이다. 이들에게 주어진 교육감 선출권한은 교육자치를 실현하기 위한 부수적인 역할에 불과하다. 하지만 교육감 선거를 앞둔 지역에서는 요즘 학교운영위원회마다 온통 선거얘기뿐이라는 것이다. 학교운영위원회의 기능과 역할에서 본말(本末)이 뒤바뀌고 있다.

오는 8월 교육감 선거를 치르는 서울지역에서는 교육청 직원 30여명이 최근 학교운영위원으로 선출됐다. 이에 대해 교육계에서는 서울시교육청 직원들이 직속 상관인 현 교육감의 재선을 지원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들이 교육감 선거와 관련해 소속 학교운영위원회에서 다른 위원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는 점이다.

학교운영위원회를 만든 근본 취지는 학교 운영의 자율성 민주성을 확보하자는 것인데 다른 공무원도 아닌 관련 공무원들이 학교운영위원회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이같은 기본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다. 벌써부터 이런 편법들이 동원될 정도이니 앞으로 선거바람이 얼마나 거세게 불어닥칠지 가늠하기 어렵다.

또 다른 변수는 교원노조인 전교조가 특정 인사를 교육감에 당선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점이다. 학교운영위원의 30%가 교사들이기 때문에 이들로서는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는 일이다. 전북지역의 경우 전교조지부가 7월 교육감 선거에 자체후보를 내기로 결정한 상태이며 서울과 충남 지역에서도 이를 검토중이라고 한다. 이들과 다른 후보자들 사이에 과열경쟁이 벌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교육자치가 도입된 이후 교육감 선거는 출마자들이 교육자들이라는 배경이 무색하게도 금품 살포 등 각종 추문으로 얼룩져 왔다. 학교운영위원 전원에게 교육감 선출권을 부여한 것은 불법선거를 배제하고 교육자치를 한단계 발전시키기 위한 목적을 지닌다. 그럼에도 투표권의 확대가 또 다른 혼탁과 과열로 이어진다면 우리가 과연 교육자치를 할 능력이 있는지 되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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