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전과의 질을 따지고 옥석을 가려 좋은 국회의원을 뽑는 일이야말로 유권자 개개인의 몫이다. 이번에 공개된 전과는 분명 후보를 판단하고 선택하는 데 좋은 참고가 될 것이다. 그러나 전과라고 해서 단순히 ‘범법’사실만을 놓고 국회의원의 자격이 되느냐 안되느냐를 가리기는 어렵다.
과거 암울했던 유신시대와 5공을 거치면서 권력의 탄압에 굴하지 않고, 일신의 안일을 뒤로 한 채 민주화투쟁에 앞장선 수많은 양심적인 인사들이 당시 실정법을 어겨 ‘범법자’로 분류되어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경계하고 주목해야 할 대상은 뇌물수수 사기 횡령 등 파렴치범 전력자들이다. 이처럼 전과도 그 내용에 따라 성격이 판이하므로 유권자들은 표의 심판에 앞서 옥석을 가리는 일이 필요하고, 또 ‘억울한’ 전과에 대해서는 해명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러나 벌써부터 전과공개의 부작용과 모순도 나타난다. 정당연설회와 개인유세에서 전과를 둘러싼 논란이 너무 달아올라 건설적인 정책경쟁은 간데 없고 저질스러운 비방 폭로, 상대방 흠집내기로 흐르는 것도 문제다. 일부 ‘전과’후보들은 거짓말과 둘러대기로 죄질을 속이는 작태도 보인다. 판결의 일부무죄를 인용해 마치 완전 무죄판결을 받은 것처럼 변명하는가 하면, 명백한 뇌물수수범죄를 정치적 탄압과 공작의 산물이었다고 호도하는 후보도 있다.
이번에는 금고 이상의 전과 180여명에 대해서만 공개했기 때문에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공개대상에서 제외됐다. 벌금형 전과자 중에는 금고형 이상으로 죄질이 나쁜 범죄를 저지른 사람도 있다. 이러한 불균형 문제가 생기게 된 것은 결국 의원들의 졸속 입법 때문이다. 차기 국회에서 크고 작은 모든 전과를 공개하는 방향으로, 국회의원이라는 공인(公人) 후보의 모든 것이 드러나 유권자의 선택과 판단에 도움이 되도록 법이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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