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봄날의 재즈딸기' 딸기를 찾아… 재즈같은 즉흥연기

  • 입력 2000년 4월 5일 20시 59분


‘봄날’ ‘재즈’ ‘딸기’…. 서로 연결되지 않는 세 단어로 이뤄진 제목에서도 드러나듯 ‘봄날의 재즈 딸기’(극단 오늘)는 재즈처럼 변화무쌍한 비정형의 대사가 가득한 연극이다. 그러나 객석에서는 폭소가 끊이지 않는다. ‘이해’보다는 ‘느낌’이 중요한 2000년대식 감성이 묻어나기 때문일까.

“까치가 울었으면 좋았을 뻔했어. 날씨가 안 좋았지. 아빠가 보고 싶어. 딸기밭에 숨었어.” “니 생각은 중요하지 않아. 몽골에서 편지가 도착할 때가 되었어. 시간이 없어. 빨리 딸기를 먹어야 돼.”

좀 나이 많은 관객은 “도대체 무슨 말이야?” 하고 의아해 하지만, 단체로 관람온 젊은 학생들과 교사들은 대사 한 마디마다 함박 웃음을 터뜨렸다.

특별한 무대장치가 없는 무대에 동시 출연하는 8명의 배우들은 논리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짧막한 대사들을 진지하게 주고받으며, 감각적 충동에 기초한 즉흥연기를 펼친다. 마치 광속의 빛으로 날아다니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오히려 커뮤니케이션을 잃고 헤메는 현대인의 모습처럼 애잔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얼마나 더 가야 되지? 포트가 올바르게 열려 있다면 다음 단계로 가도 돼. 그렇지 않다면? 같은 포트를 사용하고 있는 다른 소프트가 있는지 확인해야 돼. 그렇지 않으면 다른 콤 포트로 전환해야 돼. 악! 왜 그래? 걸렸어! 뭐야? 배추흰나비야!”

‘딸기’에 대한 연상의 꼬리에 꼬리를 물고 리드미컬하게 진행되다가 컴퓨터 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절정을 이룬다. ‘의식’ 또는 ‘무의식’의 흐름으로 구성했다는 이 연극이 무리없이 진행되는 이유는 배우들의 즉흥연기를 먼저 완성한 후 연출자인 이수인씨가 대본을 썼기 때문.

“한 두 마디의 대사를 통해 완벽하게 의사를 소통하는 ‘리얼리즘’ 연극은 오히려 비(非)현실적인 상상이 아닐까요? 현실에서는 서로 이야기는 하고 있지만, 딴 생각하거나 다른 이야기를 하는 경우가 훨씬 많지 않습니까?”

30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오늘 한강 마녀’ 소극장. 월수목 7시반, 금토 4시반 7시반, 일 3시 6시. 1만2000원. 02-76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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