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전남 화순 운주사]'千佛千탑의 비밀' 신비의 세계로

  • 입력 2000년 4월 5일 19시 54분


왜 그랬을까. 정말 그랬을까. 과연 천불천탑(千佛千塔)의 비밀은 무엇일까.

어둑어둑 땅거미 지는 천태산 계곡. 운주사(雲住寺·전남 화순군 도암면 대초리·대한불교 조계종) 일주문을 나서 돌아오는 길 내내 이런 의문은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무등산 줄기 천태산. 그 자락은 마치 뭉개구름 피어 오르듯 땅위로 들쑥날쑥이다. 기껏해야 높이가 100m나 될까. 운주사는 남북으로 내리달리는 그 야트막한 산등성이와 북방의 천태산에 둘러싸인 아담한 계곡에 있다. 산 위에서 내려다 본 그 모습. 어찌나 애틋하던지 꼭 엄마 품속에서 새근거리는 아기 같다. 그래설까. 계곡안에는 도처에 부처요 곳곳에 탑이다.

“천불천탑을 세우려 했지만 새벽 닭이 우는 바람에 중단했다지요.” 절에서 만난 한 보살(흔히 불교에서는 여신도를 이렇게 부름)이 들려준 이 이야기. 하룻밤 새 이곳에 1000개의 석불과 1000개의 석탑을 세우려 했다는 신라말 도선(道詵·827∼898년)국사와 관련된 전설이다. 그러나 4차례의 발굴조사(84∼89년)에도 불구하고 이 전설에 대해서는 더 이상 더 알려진 바가 없다 하니 그 신비로움은 더욱 깊어만 간다. 그래서 운주사는 아직도 ‘미완의 도량’이며 천불천탑은 ‘영원한 화두(話頭)’라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운주사 돌부처만큼 중생과 가까운 부처는 없을 듯하다. 단청 둘린 팔작지붕의 커다란 대웅전에 높이 모셔진 부처님이 아니다. 풀섶과 바위에서 모진 풍상 다 겪으며 천년이상을 버텨온 부처님이다. 어떤 석불은 푹 패인 바위에 기대어 겨우 눈비만 피한 채 어떤 석불은 아직도 일어서지 못한 채 산비탈에 누워 있다. 머리만 아니면 몸체만 남은 돌부처도 한두 분이 아니다. 천년 풍상에는 돌도 깎여 나간다. 운주사 석불도 예외가 아니다. 덕분에 얼굴표정이며 옷매무새가 확실치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한 부처, 깨진 부처, 선 부처, 앉은 부처 할 것 없이 모든 돌부처의 얼굴에는 자비로움이 넘쳐 흐른다. 마치 등신불의 일그러진 모습에서처럼.

깨져 부서진 채 고임돌에 모셔진 돌부처. 초라하지도 가엽지도 않다. 오히려 그 투철한 인내 앞에 머리가 숙여진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돌조각 하나를 들어 그 옆에 탑을 쌓는다. 그런 돌탑이 운주사 계곡에는 수도 없이 많다. 모난 돌 한조각에도 불심이 담겨 막 쌓은 돌탑도 부처가 되는 운주사. 신비롭기만하다.

<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臥佛… 시위佛… 발닿는 곳마다 佛心▼

현재 운주사에 남은 돌부처는 70분, 석탑은 18기. 도대체 몇 분의 돌부처가 있었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일주문 지나 대웅전 가는 길은 S자로 휘어진 계곡을 따른다. 한굽이 지나 당우가 보일 즈음 커다란 바위바닥에 서 있는 9층석탑(높이 10.7m)이 나타난다. 석탑은 그 뒤로 대웅전까지 거의 일직선으로 무려 7개나 더 줄지어 있다. 9층석탑 오른편을 보자. 6개의 크고 작은 석불이 암벽에 삐뚤빼뚤 기대어 있다. 그 바위 위에도 다듬지도 않은 판석을 아무렇게나 쌓은 듯 보이는 5층석탑이 9층석탑과 키재기라도 하듯 서 있다.

이런 석불군이 계곡에는 여러개나 있다. 너른 뜰에 다다르면 순전히 돌로 지은 팔(八)자모양 지붕의 석실이 보인다. 이 방안에는 벽을 사이에 두고 서로 등진 채 남북을 향해 앉은 돌부처 두 분(석조불감·보물)이 계신다. 한 분은 양팔을 굽힌 채 포개어 배에 댄 모습으로, 한 분은 합장한 모습인데 석굴암만큼이나 희귀한 돌부처라 한다.

서쪽 산등성이로 가보자. 중간쯤 비탈에 칠성바위가 있다. 제각각 크기의 원반형 바위 7개. 위에서 내려다 본 모습은 북두칠성이 지상에 드리운 그림자라 할 만하다. 돌크기는 별의 밝기, 그 위치는 북두칠성의 방위각과 흡사하다.

운주사 천불천탑 여행 중 백미라 할 수 있는 와불(臥佛)도 여기서 멀지 않다. 정상 아래 비탈에 누운 돌부처는 두 분. 신장이 앉은 분은 12.6m, 선 분은 10.26m나 된다. 그 아래에는 두 분 부처를 호위하는 ‘시위불’이 서 있다. 와불에는 일으켜 세우려 했던 흔적이 남아 ‘새벽 닭이 우는 바람에 천불천탑을 세우지 못했다’는 전설의 주인공으로 여겨진다.

<글·사진〓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정보 구하기▼

◇한국관광공사 △전화 관광안내부 02-757-0086 △인터넷 www.knto.or.kr ◇운주사 관리사무소 0612-374-0548 ◇화순군청 문화공보실 0612-374-3013

▼찾아가기▼

△군내버스〓광주 광천고속버스터미널↔운주사. 218번 화순교통의 ‘중장터’행 버스탑승. 1시간10분 소요, 운행간격 30분. 요금 2000원 △손수운전〓⑴광주∼국도1호선(나주 방향)∼남평∼지방도822호선(8.6㎞)∼평리∼지방도817·818호선∼도암∼운주사 ⑵호남고속도로∼동광주 출구(화순 방향)∼국도15호선∼화순읍∼국도29호선∼지방도818호선∼도암∼운주사 △거리〓광주-화순읍 12㎞, 화순읍-운주사 29㎞

▼답사여행▼

고산자답사회(02-732-5550)는 4,5월 매주말 떠난다. 출발은 서울 △무박2일〓토요일 밤10시 출발. 화순 도곡온천∼운주사∼쌍봉사∼조광조유허비∼광주비엔날레. 어른 5만9000원(어린이 5만원) △당일〓일요일 오전7시 출발. 운주사∼쌍봉사∼조광조유허비. 어른 3만5000원(어린이 2만9000원).

<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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