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타워] 한국기업들의 '누워서 침뱉기'

  • 입력 2000년 4월 5일 19시 54분


한때 ‘수출한국’의 주역으로 자부했던 ‘대우맨’들의 어깨가 더 처졌다. 그룹이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들어가 있는데다 해외에서 한국 경쟁업체의 비방으로 몸살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대우자동차는 인도에서 다른 한국기업 현지딜러의 대우차 비방광고로 곤욕을 겪었다. ㈜대우는 투르크메니스탄 정부에 전자교환기(TDX)를 공급하려던 계획이 한국업체의 ‘방해’로 물거품이 될 위기에 몰렸다. 대우전자는 작년말 칠레 신문에 난 한국기업 광고 때문에 올해초 반박광고를 내는 출혈을 겪었다. “일부 국내 건설업체가 대우를 배제하려는 로비를 해외발주처에 해 수주경쟁에 뛰어들지 못한 사례도 있다”고 대우관계자는 울분을 터뜨린다.

대우는 과거부터 재무구조 부실 등의 문제를 안고 있었다. 그러나 해외시장 공략에 일찍 뛰어들어 제3세계 국가를 중심으로 ‘한국기업의 대명사’로 기반을 굳힌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국내업체의 ‘대우 때리기’가 심한 지역은 대체로 제3세계다.

다른 기업으로서는 경쟁업체의 어려움을 자사약진의 계기로 이용하려는 유혹을 느끼는 듯하다. 그러나 경쟁관계인 한국업체의 이미지가 추락하면 우선 단맛을 보더라도 결국은 한국기업 및 한국제품에 대한 전반적인 불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일본기업들은 국내시장을 둘러싸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도 해외에서는 자국업체끼리 험담을 삼간다.

이런 자세는 높은 품질경쟁력과 함께 ‘메이드 인 저팬’의 명성이 유지된 비결 중의 하나였다.

자본주의사회에서 경쟁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한국업체끼리 해외시장에서 최소한의 금도는 필요하지 않을까. 특정기업에 대한 호오(好惡)와 관계없이 ‘경쟁과 공존’의 기업윤리가 아쉽다.

shk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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