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 존]'쉬리', 한국영화 일본 배급에 활로 열어

  • 입력 2000년 4월 3일 23시 31분


강제규감독의 '쉬리'가 마침내 일본서 백만관객을 넘어섰다. 지난 1월22일 개봉된 후 2개월여만의 일이다. '쉬리'는 현재 도쿄를 포함해 일본 전역 120여개 극장에서 상영중이며 우리나라 영화가 이처럼 대규모로 동시 배급돼 흥행에서 성공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쉬리'의 일본배급사인 시네콰논(대표:이봉우)은 오는 7일 '쉬리'의 주상영관인 도쿄 신주쿠의 판테온극장에서 백만관객 돌파를 맞아 기념식을 갖는다. 이 자리에는 강제규감독을 비롯해 주연배우인 최민식씨, 김윤진씨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당초 11일로 예정돼 있던 '쉬리'의 종영 일정도 이달말까지로 연장됐다.

'쉬리'의 백만관객 동원은 최근 일본 극장가의 "큰 사건"이다. 이른바 非할리우드권 영화가 장기흥행에 성공하기는 일본내에서 극히 드문 일이며 무엇보다 한국영화라는 점에 일본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쉬리' 개봉 당시, 아사이 등 주요 신문과 NHK, TBS 등 공중파TV, BS1같은 위성방송 등 일본내 언론들이 이 영화의 흥행 여부에 집중적인 관심을 나타냈으며 특히 BS1의 경우 도쿄대 정치학과의 강상중교수와 특별대담까지 마련, 이 영화가 한반도 남북관계의 변화를 반영한다는 분석 보도를 내보내기까지 했다.

'쉬리'의 폭발적인 인기는 역설적으로 일본관객들의 한국영화에 대한 초보적 경험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 영화의 홍보마케팅을 담당했던 시네콰논의 오석주씨(32)는 "대부분의 일본 관객들은 한국영화를 거의 보지 못했다"며 "한국이 할리우드 영화의 재미에 버금가는 작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에 놀라고 있으며 이같은 입소문이 장기 흥행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한국영화는 단관개봉, 곧 1개관 상영을 통해 전국 순회상영을 했던 것이 고작이다. '서편제'와 '8월의 크리스마스' 등이 이런 식의 배급과정을 통해 일본에 소개됐다. 국내에서는 이들 영화가 일본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자평됐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일본 대중관객들에게 크게 어필하지 못했던 것은 이같은 소극적인 마케팅 방식때문. '쉬리'는 일본 일반관객을 상대로 성공한 첫 한국영화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관객 동원 과정도 추후 한국영화의 활발한 일본 배급을 위해 면밀히 분석해야 할 요소. 개봉 초기 도쿄내 가장 큰 극장이라는 1,200석 규모의 판테온, 밀라노 극장 등에서 주말마다 하루 평균 각 1천석 이상을 채우며 선전했으며 두달여 동안 하루 평균 5백석을 채웠다. 이같은 수치는시네콰논측의 배급력에 힘을 실어 줘 초기 30여개 극장에서 70여개 극장으로, 그리고 120개 극장으로까지의 확대 개봉을 가능케 했다. 다른 영화의 상영일정까지 잠식하면서까지 이처럼 롱런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 극장주들이 이 영화의 관객동원 잠재력을 확신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일단 메인 상영관에서 승부를 낼 수 있는 작품이어야만이 일본내 장기 상영의 안전판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이번 '쉬리'의 성공으로 강제규필름은 차기작인 '단적비연수'의 일본 배급에서도 우선권을 갖게 됐다. 시네콰논측과 강제규필름측은 이번을 계기로 보다 공고한 파트너십을 구축할 예정이다. 무엇보다 '쉬리'의 성공은 다른 한국영화의 일본 배급을 이전에 비해 보다 수월하게 만들었다. 이미 '여고괴담2' 등이 상영됐으며 한국의 많은 영화소프트웨어가 일본으로 활발하게 수출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국영화의 일본내 성공은 또, 역으로 일본영화의 한국내 역수입을 촉진시킬 가능성까지 크게 했다. 박지원 문화관광부장관은 최근 일본을 방문해 일본 대중문화의 3차 개방이 임박했음을 시사했으며 이는 <쉬리>와 같은 우리영화의 일본 수출을 더욱 가속화시키기 위한 조치인것으로 알려졌다.

오동진(FILM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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