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80돌]미래의 도시/인터넷으로 모든일 가능…빌딩숲 없어

  • 입력 2000년 3월 31일 20시 52분


초고층 건물 사이로 초고속 비행체들이 자유롭게 수직 이착륙과 저공비행을 한다. 온통 차가운 금속성 물질로 뒤덮여 도시의 어디에서도 온기(溫氣)를 느끼기 힘들다.

SF영화나 휴대전화 광고에 등장하는 이런 모습이 바로 미래의 도시일까. 미래학자들은 “가능하긴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미래학자들은 미래의 도시는 인터넷이 만들어낸 사이버 공간이 마천루를 대신하고, 정보 네트워크가 도로망을 대체해 도심 기능이 도시 외곽으로 분산될 것이라고 말한다.

▽대형 건물은 더 이상 필요 없다

미래의 도시에서는 도시의 터줏대감인 건물이 인터넷에 의해 퇴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터넷 시대에는 거대한 도서관 건물의 유용성이 형편없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화선과 컴퓨터만 있으면 집이건 사무실이건 훌륭한 도서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술관과 박물관도 마찬가지. 네트워크를 통해 동화상이나 3차원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예술품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게 된다.

인터넷 쇼핑이 일반화되면 도시의 중심상가들은 비싼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해 사라지게 되고 도시의 모습도 바뀔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10년 뒤면 누구나 대형건물이 필요없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국과학기술한림원 회원 현원복씨는 저서 ‘정말같지 않은 미래세상’에서 “2010년 광역 종합정보통신망이 전국을 거미집처럼 감싸고 각 가정이 적어도 1대 이상의 컴퓨터를 보유하게 돼 누구든지 전화걸듯 컴퓨터를 다루게 될 것”이라며 “각 가정과 관공서 병원 상점 대학 등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은 정보고속도로가 완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혁명 이전의 생활패턴으로 돌아간다

미래의 도시에서는 전자 네트워크가 확산돼 업무공간이 도심 대형 건물에 몰려 있어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 네트워크가 연결된 곳이면 어디든지 사무실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이 실제로 어디에 있는지는 문제되지 않는다.

따라서 도심에 집중돼 있는 정부기관이나 기업체의 사무실은 도시 외곽으로 분산된다. 연쇄적으로 도시 주변부의 주택가와 아파트단지가 시골을 잠식해 들어갈 것이라는 게 미래학자들의 전망이다.

미래의 집은 휴식공간이면서 동시에 사무실이 된다. 네트워크 환경이 갖춰진 곳이라면 카페나 공원도 사무실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근무시간 여가시간 오락시간 등의 구분도 모호해질 것이다.

결국 집에서 일터로 출퇴근하는 산업혁명 이후의 생활패턴은 집을 중심으로 생산활동과 휴식, 여가생활이 이뤄지던 산업혁명 이전의 생활패턴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도시 기능의 지역적 분산, 재택근무의 확산은 2050년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과학 저술가인 제임스 트레필은 저서 ‘도시의 과학자들’에서 “2050년이 돼도 대도시의 도심 상업지구는 크게 변하지 않겠지만 진정한 변화는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교외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재택근무가 보편화되면 통행량을 분산시켜 도심의 교통체증이 해소되고 ‘러시아워’란 단어도 사라질지 모른다.

▽도시는 해체될 것인가

전문가들은 공간적 의미의 대도시는 외부로 흩어지겠지만 분산된 기능을 수행하는 사람과 그들이 필요로 하는 건물들이 모여 소도시를 형성하고 네트워크로 연결된 도시군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제임스 트레필은 “지금 사람들이 상업적인 이유에서 도시로 모인다면 미래의 도시에는 사람들이 거기에 사는 것을 좋아해 모여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의 도시는 네트워크를 통해 더 넓은 세계와 연결되지만 도시형태는 소도시가 될 것이란 얘기다. 또 각 도시는 저마다 독특한 분위기와 관습을 유지하는 등 차별성이 두드러질 것이란 진단이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해상도시 日-美서 구체적 추진…지하도시도 실현가능성 높아▼

바다나 지하에 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실현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실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은 해상도시. 바다에 구조물을 띄우고 그 위에 도시를 건설하는 계획은 상당 부분 진행돼 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일본의 가와사키중공업 신일본제철 등 17개 기업이 추진중인 ‘메가 플로트’ 계획. 600만㎡ 의 부유체를 바다에 띄우고 각종 시설을 설치한다는 것. 95∼97년 일본 도쿄(東京) 인근 바다에서 대형 부유체를 이용한 실험을 마쳤다.

90년대 초 미국 솔루션엔지니어링사는 선박형 도시를 건설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프리덤’으로 명명된 이 도시는 9만5000명을 수용하고 연안 도시와 국제 수역에서 몇주일씩 정박하며 2년마다 지구를 한 바퀴씩 돌게 된다. 솔루션엔지니어링사는 이 도시에 살 사람을 모집중인데 2000명만 되면 건설에 착수한다는 계획.

해상도시는 파도를 이용한 발전기나 수면과 심해의 온도차를 이용한 발전시설로 전력을 공급하게 된다.

이스라엘도 텔아비브 해안의 수심 20∼30m 해역에 60만평 규모의 해상도시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지하도시도 실현 가능성이 높다. 일본 다이세이건설은 지하 150m에 높이 60m의 초대형 원통 구조물 2개로 이뤄진 지하도시 건설을 추진중이다. 총 면적은 100㏊로 주택 상가 공기정화시설 등이 설치되고 상하수도와 에너지 공급시설은 더 깊은 지하에 만들어진다.

일본 시미즈건설의 ‘지오그리드’ 계획은 지하 40∼50m에 거점들을 설치하고 지하철로 연결한다는 내용. 10조원을 들여 반경 20㎞ 안에 10여개의 대형 지하공간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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