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상한 병역면제

  • 입력 2000년 3월 30일 19시 45분


군대도 가지 않았고 세금도 내지 않은 사람이 나라 일을 보겠다고 나선 경우가 적지 않다. 선관위 집계에 따르면 총선 후보는 5명에 1명, 후보 직계비속은 4명에 1명 꼴로 군대를 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 3년간 소득세를 한푼도 내지 않은 후보는 5명 중 1명, 재산세를 내지 않은 후보도 3명 중 1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보 및 그 아들 손자가 병역면제를 받았다 해서, 또 후보의 납세기록이 없다 해서 그것만으로 그들이 병역 납세의무를 불법적으로 회피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질병에 따라 병역이 면제됐거나 수형(受刑) 등으로 합법적인 면제를 받은 경우도 있을 것이다. 또한 시간에 쫓긴 날림 선거법이 납세 신고대상에 종합토지세를 포함시키지 않음으로써 후보가 세금을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 경우도 있다. 그러나 후보의 병역면제의 내용을 보면 탈법이 작용했으리라고 여겨지는 대목이 적지 않다. 소득세 재산세에 관해서도 미심쩍은 부분이 많다.

국민이 우선 의혹을 갖게 되는 부분은 어떻게 일반인보다 후보의 병역면제율이 그렇게 높은가라는 점이다. 후보의 22%, 후보 직계비속의 24%가 면제를 받았음에 비해 일반인의 지난해 면제율은 4.6%였으니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둘째로는 면제사유 중 연령초과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후보는 오랫동안 대기했지만 소집영장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명했고, 또 어떤 후보는 직계 비속의 병역면제 이유를 해외유학과 해외이주라고 주장했다. 선뜻 믿어지지 않는 면도 없지 않다.

무엇보다도 이상한 것은 돈이 많은 후보일수록 본인 및 직계비속의 면제율이 높다는 점이다. 등록재산 순위 40위까지의 후보 중 면제자는 45%인 18명이나 됐는데 이는 후보전체 평균의 배가 넘는 것이다. 면제후보자의 평균재산은 25억6000만원으로 군필 후보자 평균재산의 배가 넘었다. 등록재산이 10억원 이상의 후보는 5명 중 1명 꼴이 면제된 반면 1억원 이하의 후보는 33명 중 1명이 면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돈과 병역면제 사이에 어떤 함수관계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병역과 납세문제는 이번 선거의 큰 쟁점이 될 수밖에 없다. 총선연대 등 시민단체는 검증작업을 통해 허위등록자에 대한 낙선운동을 펼칠 계획이지만 유권자들도 세심하게 살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후보가 국민의 의무를 회피했다는 게 드러난다면 단호하게 심판해야 한다. 그것도 국민의 의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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