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뜬다]핀란드 스웨덴등 벤처强國 급부상

  • 입력 2000년 2월 28일 19시 51분


핀란드 수도 헬싱키 북쪽 500km 지점의 북극권 도시 오울루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도시 자체가 증권시장에 상장돼 있다. 헬싱키 증권거래소에 등록된 ‘회사명칭’은 오울루테크노폴리스. 오울루에 있는 130여개 기업 직원과 주민이 모두 오울루테크노폴리스의 주주다. 오울루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9%다. 말 그대로 핀란드의 성장엔진으로 불린다.

스페인 북동부 지중해 연안의 바르셀로나는 정보화 시대를 여는 개척도시다. 인터넷 소프트웨어 등 첨단기업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5만여명. 이곳의 실업률은 6.5%로 스페인 평균 실업률 15.4%의 절반도 안된다.

유럽의 경제지도가 바뀌고 있다. 정보통신분야의 하이테크산업과 벤처자본이 이끄는 고성장 저인플레의 신경제(New Economy)물결은 유럽대륙에도 상륙했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그레이엄 비커리 전자상거래담당관의 말처럼 공식통계로는 신경제의 도래를 읽어낼 수 없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경제의 거인들이 아직도 각종 규제와 엄청난 사회보장비용, 경직된 노동시장, 과중한 세금 등으로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대신 유럽의 경제 활력은 아일랜드 핀란드 네덜란드처럼 정부가 나서서 정보 인프라구축과 구조개혁에 앞장선 작은 나라들에서 두드러진다. 지방정부와 하이테크 중소기업들이 손잡고 설립한 첨단과학기술단지들이 유럽 경제의 성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해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일랜드는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수출국으로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9%를 넘지만 실업률은 5.1%에 불과하다. 네덜란드는 1995년 6월 전자고속도로 건설계획을 발표, 전세계에서 케이블통신망을 가장 완벽하게 구축한 나라로 꼽힌다. 전 인구의 40%가 인터넷 쇼핑을 즐기며 인터넷관련 중소기업들의 잇단 창업으로 실업률이 유럽에서 가장 낮은 2% 수준.

벨기에 플라망지방의 도시 이프레스는 러나웃 & 하우스피 스피치 프로덕트란 인터넷 자동번역업체 덕분에 지난해 벨기에 평균 경제성장률(2.3%)을 훨씬 웃도는 3.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프레스에는 42개 언어관련 소프트웨어회사들이 집결해 있다.

스웨덴의 스톡홀름은 주민의 80%가 인터넷을 사용하며 헬싱키는 주민의 65%가 휴대전화를 쓴다. 노르웨이 오슬로는 10대 청소년의 80%가 휴대전화 가입자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지역은 소프트웨어 업계의 거인 SAP가 발도르프에 자리잡고 하이델베르크 주변에 생명공학 회사들이 모여들면서 신경제의 요람으로 부상했다.

포도밭으로 유명하던 프랑스 남부의 그르노블은 통신 및 마이크로전자 연구기관들이 들어서 벤처기업의 인큐베이터로 변신했고 니스 일대도 IBM 텍사스 인스트루먼트 등 다국적기업의 연구개발센터들이 정착해 소프트웨어와 전자공업 중심지로 탈바꿈했다.

경제분석기관들은 정보통신과 하이테크관련 기업들이 오랫동안 정체돼 온 생산성을 끌어올리면서 올해 유로권 11개 국가의 경제성장률이 3%를 웃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파리〓김세원특파원> 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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