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가 있는 맛집]김재찬/중구 다동 '터줏골'

  • 입력 2000년 2월 28일 19시 51분


‘나도 저랬을까?’

어제는 신참들이 직무교육을 마치고 부서배치 되면서 내가 ‘졸때기’를 면한 날이다. 오후 3시쯤 말끔한 양복 차림의 젊은이 2명이 군기가 팍 들어있는 모습으로 사무실에 들어왔다. 국제통화기금(IMF)관리체제 이후 3년만에 뽑은 신입사원. 저녁 회식자리도 늦게까지 이어졌다. 귀여운 후배들의 쓰린 속을 어떻게 풀어줄까?

서울 중구 다동 골목, 빌딩숲과 만나는 경계선의 나지막한 한옥들 사이에 ‘터줏골’이 있다. 30년간 북어국만 팔아온 집이다. 메뉴는 북어국 하나. 값은 4000원. 아버지와 아들이 2대가 운영하고 있는데 북어를 고르는 것은 아직도 아버지의 몫.

사골을 16시간 이상 우려낸 국물에 북어를 넣고 센 불에 40분간 끓이다가 팔팔 끓을 때 두부를 넣는다. 여기에 계란을 풀고 파를 썰어 넣은 다음 소금과 마늘로 간을 한다. 마무리는 참기름 한방울.

구수하고 담백한 국물은 첫 숟가락부터 속이 시원해질 정도. 양념으로 고춧가루 소금 마늘과 새우젓이 나오는데 취향대로 ‘자기맛’을 찾아 먹으면 된다.

반찬은 일년 내내 물김치와 부추가 나온다. 국에 부추를 듬뿍 넣어 먹으면 얼큰. 여름부추는 질기고 억세 새우젓과 갈치젓 국물을 6대4 비율로 섞은 국물에 김치처럼 담근 뒤 사흘간 익혀 냉장고에 보관한다. 겨울부추는 하우스에서 재배한 것이라 연해서 바로 무쳐 내놓는다. 부추는 고려시대 이전부터 약으로 써온 건위 강장제.

양을 푸짐하게 주고 모자라지 않느냐고 계속 물어보며 반찬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채워준다. 매일 새벽5시부터 밤 8시까지 영업하는데 손님이 많으니 점심시간 보다 일찍가거나 오후 1시 이후에 가는 것이 좋다. 주차는 공용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지만 주차료가 비싸 가급적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02-777-3891, 752-3563

김재찬<치과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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