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판통신/보스턴에서] 아프리카의 불가사의

  • 입력 2000년 2월 25일 19시 34분


“아빠, 아프리카와 내가 무슨 상관이 있어요? 먼지구덩이에 사는 저 더럽고 신발도 신지 않은 사람들과 내가 무슨 상관이 있어요?”

현재 하바드대에서 미국 흑인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흑인교수 게이츠는 어린 딸이 아프리카 열차여행 중에 이렇게 짜증스레 물어왔을 때 대답을 못했다고 한다. 그리고 7년 후 이 책이 나왔다. 이 책은 기행문 형식을 빌어 아프리카가 미개한 대륙으로 파악되는 것이 무지의 소산이라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미국 공영방송(PBS)의 4부작 다큐멘터리로도 소개됐고 흑인문화에 대한 이해를 새롭게 한다는 취지에서 각급 학교의 교재로도 채택됐다.

책에 따르면 유명한 흑인 작가 리처드 라이트조차 자신의 조상이 살던 가나에 5년간 머문 뒤 “나는 내 몸에서 어떤 아프리카적인 것도 발견할 수 없다. 그들은 동포를 노예로 팔았다. 유럽의 노예제도와 식민지경영은 아프리카에 유익했다”고 말했다. 철학자 헤겔이 “아프리카에 무슨 역사적 변화나 발전이 있는가. 창조적 힘이 없으므로 정복당하고 가르쳐지는 것이 그들의 운명이다”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그러나, 이러한 ‘미개인’들에게 대단한 문화가 있었다면? 이 책은 그것을 보여준다.

14세기부터 16세기에 이르기까지 중앙아프리카의 ‘팀북투’라는 곳은 당시로선 세계 최대의 대학도시였다. 180여개의 신학교가 있었고 문법, 수사학, 논리학, 신학, 법학 등이 교과목이었으며 인구 5만명 중 절반이 아프리카 전역에서 모여든 교수나 학생들이었다. 팀북투가 누린 번영은 유럽에도 알려져 전설이 되었는데, 19세기초 이곳을 방문한 어느 프랑스인은 ‘책과 소금과 황금이 같은 무게로 바꾸어진다는 팀북투의 거리는 소문과 달리 황금으로 포장되어 있지 않다’고 보고하고 있다. 팀북투를 정복한 모로코에 끌려간 석학 바바는 1593년에 쓴 회고록에서 이렇게 증언한다. ‘팀북투에는 정치적 자유, 도덕적 순수, 개인의 안전, 외국인에 대한 배려와 동정, 학자들과 학생들에 대한 경의가 있었다.’

아프리카의 찬란했던 과거의 영광은 세계 어디에 비추어도 뒤떨어지지 않는다. 저자는 에티오피아 오지에 남아 있는 거대한 종교적 형상물들의 잔해는 흑인운동가 말콤 엑스의 주장대로 서양종교의 뿌리가 아프리카에서 발원했다는 증거라고 주장한다. 또 짐바브웨의 거대한 성곽들은 같은 시기 로마의 건축에 비견된다.

이 책은 유럽적 아프리카관에 반대하기 위해 씌어졌다. 그러나 그 기준이 오히려 유럽적이라는 흑인 급진주의자들의 비판에 직면한다. 그 대단했던 아프리카가 오늘은 왜 이 모양인가에 대해 이 책은 대답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아프리카는 지금부터 새로이 발견되어야 할 신세계라는 것이 저자의 신중한 전언이다.

이영준<하바드대 동아시아학과 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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