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證市 불균형 어디까지…

  • 입력 2000년 2월 23일 19시 11분


국내 자본시장 내의 증권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간 ‘시소(seesaw)현상’이 지나쳐 크게 걱정할 만한 상태에 이르렀다. 증시의 종가(宗家)라 할 거래소시장을 떠받쳐온 자금이 봇물 터지듯 코스닥시장으로 빠져나가 두 시장간 역전(逆轉)을 넘어 거래소시장의 위기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올 연초부터 급속하게 나타난 거래소시장의 위축 추세가 계속 심화된다면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산업간 균형발전에도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높다. 여전히 생산 수출 고용 등 우리 경제의 주엔진 역할을 하고 있는 거래소 상장기업들의 자금조달 및 구조조정 차질과 함께 많은 투자자들의 손실과 불안 증대로 인한 문제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정부가 23일 증권거래소의 건의를 받는 형식을 빌려 ‘증시 균형발전방안’을 내놓은 것도 이같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증시의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한 정책적 제도적 접근과 거래소 및 상장기업들의 자구적 노력이 동시에 절실한 상황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정부가 부랴부랴 거래소시장 활성화대책을 마련하는 걸 보면서 그간 정부가 드러낸 단견적 정책안목과 시장을 대하는 오만한 태도를 먼저 탓하지 않을 수없다. 많이 알려졌듯이 전경련은 연초에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균형발전을 위한 제도적 보완을 정책당국에 건의하는 보고서를 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이헌재(李憲宰)재정경제부장관은 “경제 패러다임의 도도한 변화흐름을 읽지 못한 데서 나온 대표적인 기득권 방어논리”라고 일축했다.

재경부장관이라면 ‘거래소시장과 코스닥시장이 미국의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시장처럼 동반성장할 수 있도록 정책적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했어야 옳았다. 그럼에도 이장관은 재계에 대한 반감 때문인지, 거래소시장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으며 그것이 증시 양극화를 촉진한 측면이 있다. 이를 새삼 지적하는 이유는, 정책당국자들이 지금부터라도 시장에 대해 보다 겸허하고 신중한 태도를 보여야 이들이 시장에 미칠 악영향과 부작용을 줄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어제의 증시 균형발전대책에 담긴 상장중소기업에 대한 세제지원, 거래시간 연장, 상장요건 다양화 등의 방안은 시장분위기를 활성화하는데 다소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상장사들이 주주 중시의 경영을 실제로 보여주는 일이다. 거래소시장 상장사들은 코스닥시장으로 돈이 몰리는 걸 개탄만 할 것이 아니라 투자자관리 면에서 코스닥 기업들만큼 노력하지 않은 것을 반성해야 한다. 한편 정부와 상장사들은 거래소시장의 상장주식 수급불균형을 완화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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