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국립대총장 직선제 폐지]강덕식/자율 뒷걸음 뻔하다

  • 입력 2000년 2월 23일 19시 11분


《교육부가 최근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 추진 방침을 밝혀 대학사회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교육부는 총장 직선제의 폐해로 파벌 형성, 논공행상에 따른 보직 나눠먹기 등을 들고 있으나 상당수 교수들은 대학의 자율화와 민주화를 후퇴시키는 처사라며 반발한다.》

국립대 총장 직선제 폐지 방침은 국공립대를 정부의 통제아래 묶어두려는 독재시대의 관치행정 사고에서 비롯된 시대착오적 정책이다. 지난 시절 민주화 과정에서 전국적으로 조직된 교수협의체가 투쟁해 얻어낸 총장직선제는 이제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대학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학의 자율화와 민주화가 선행돼야 한다. 총장직선제는 대학의 자율화를 위한 최소한의 요구이며 대학내 참여민주주의를 실현하는 핵심적 제도이다. 우리는 과거 군사독재정부가 대통령 직선제의 단점만을 부각시켜 채택한 이른바 ‘체육관대통령선거’라는 대통령 간선제가 얼마나 엄청난 민주주의의 퇴보를 초래했는가를 역사적으로 경험했으며 국민의 민주적 역량으로 직선제를 쟁취한 바 있다. 어느 사회나 민주주의가 정착되고 성숙해가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부작용은 있게 마련이며 이러한 폐해는 타율적인 규제와 통제가 아니라 구성원들의 총의와 지혜로 보완돼야 할 것이다.

정부가 대학교육정책의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대학의 자율화를 강조하면서 한편으로 국립대 총장 간선제를 획일적으로 강요한다면 그 자체가 대학 자율화에 역행하는 처사다. 지난 16일 교육부는 국립대 총장선임제도 개선방안 검토 를 발표하면서 총장직선제가 교육민주화와 대학 자율화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구성원들의 참여의식을 높인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벌조성 등의 문제가 있으므로 간선제로 바꾸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간선제마저도 소수 대의원들의 담합이나 편향성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직선제를 폐지해도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논리가 아닌가. 대학이 완전 자율화되기까지 총장 직선제만이라도 유지돼야 한다.

강덕식(전국 국공립대교수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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