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뜬다]정보화 세계 2∼4위…'e바이킹' 몰려온다

  • 입력 2000년 2월 21일 19시 42분


국가별 기업 전자우편 이용빈도지수
국가별 기업 전자우편 이용빈도지수
14개의 작은 섬으로 이뤄져 ‘물 위의 미인’이란 별칭을 가진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시내 중심가의 그랜드호텔이나 리드마르호텔 커피숍 또는 바에서 마주치는 사람 세 명 중 한 명이 보름전 창업한 인터넷회사 사장이란 말이 있다. 그만큼 스톡홀름은 인터넷 기업이 활발한 곳이다.

현지에서 발행되는 잡지 스톡홀름 뉴에 따르면 99년 6월 현재 스톡홀름의 인터넷 관련회사는 800여개. 성공 스토리 주인공은 대부분 창업한 지 4, 5년 된 이동통신, 컴퓨터 소프트웨어, 전자상거래 등 분야의 벤처기업가들이다.

▼인터넷 이용자비율 美추월▼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 ‘스톡홀름-유럽의 인터넷 수도’란 제목의 기사에서 북구의 추운 나라가 유럽시장 공략을 통해 젊고 활기찬 나라로 탈바꿈했다고 소개했다.

95년 설립된 웹디자인회사 스프레이는 뉴욕의 레이저피시와 합병, 인터넷 포털회사로 변신한 뒤 노르웨이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시장을 공략했다. 스프레이의 시가총액은 41억달러. 창업한 지 2년 된 온라인 음악업체 박스맨은 영국과 독일 프랑스를 겨냥한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스웨덴에 본부를 둔 유럽최대 웹디자인업체 아이콘 미디어랩도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12개국에 사무소를 개설했다. 온라인 쇼핑업체 렛츠 바이잇 콤은 소비자를 최대로 확보한 다음 집단구매력을 바탕으로 제조업체에서 싼 값에 물건을 사들여 소비자의 인기를 끌고 있다. 이미 독일과 영국에 진출했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스칸디나비아 지역의 인터넷과 이동통신산업의 유럽진출을 ‘e 바이킹의 침입’이라 표현한 바 있다.

스웨덴의 에릭슨과 핀란드의 노키아 등 이동통신 장비 제조업체의 성공 덕분에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은 미국에 버금가는 정보통신의 메카로 성장했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인터넷 이용자는 성인 100명 중 30명으로 미국의 28명 보다 높은 수준이다. 각국 정보화 순위에서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는 미국에 이어 2∼5위를 기록했다. 인구 500만명의 핀란드에 정보통신분야 회사는 1만6000개에 달하며 종사자 수는 민간기업 전체 근로자의 4분의 1. 언 땅과 호수가 많은 북구의 자연환경이 휴대전화와 인터넷 보급을 촉진시켰다.

핀란드의 휴대전화 보급률은 60%에 이르고 98년 12월에 무선전화가 유선전화 대수를 앞질렀다. 노키아 홍보담당자인 리타 마드는 “경제활동인구의 99%가 휴대전화를 갖고 있다”고 말한다. 핀란드의 모든 공무원은 E메일 주소를 갖고 있다. 문서는 E메일로 오가고 전자결재가 이뤄진다. 노르웨이와 스웨덴의 무선전화 보급률은 각각 48%, 46%다.

▼차세대 무선 인터넷 시도▼

지난해 10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정보통신 박람회 텔레콤99에 에릭슨과 노키아는 휴대전화를 통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는 왑폰(WAP-phone)을 내놓았다. 휴대전화에 키보드를 장착해 인터넷 접속과 검색을 할 수 있게 한 것. 차세대 무선 인터넷 시장을 놓고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미국의 인터넷 업체들과 북유럽 국가의 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노키아社 올릴라회장◇

‘2등이란 말은 나의 사전에 없다. 1등 만이 존재한다.’

핀란드의 통신업체인 노키아의 요르마 올릴라(49) 회장은 북유럽의 잭 웰치(미국 GE회장)로 불린다. 그는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노키아를 세계 최대의 휴대전화 제조업체로 끌어올렸다.

노키아는 지난해 휴대전화 3800만대를 판매해 세계 시장 점유율 23%를 기록했다. 미국의 모토로라를 누르고 세계정상을 탈환한 것. 무선전화 사용자수가 급증할 것이란 전망 때문에 노키아의 주식 가격이 뛰면서 주식 시가총액 규모가 2070억달러(약 240조원)로 유럽 최대 기업이 됐다.

올릴라회장은 91년 취임후 업계 1위가 될 가능성이 없는 펄프 타이어 전화케이블 PC 사업을 과감하게 정리해버렸다. 그리고 휴대전화와 네트워크 장비생산에 매달렸다.

“정보통신업체의 사활은 신기술 개발에 달려 있습니다. 노키아 신기술 개발 부서는 그룹내 5개 사업단의 하나로 독립돼 있습니다. 세계 12개국에 45개 신기술개발연구소를 운영중이지요.”

올릴라회장은 지난해 연구개발분야에 전체 매출액의 8.6%인 68억 마르카(약 1조5000억원)를 투입했다고 밝혔다. 전체 직원 4만4000명중 3분의 1에 가까운 1만3000명이 연구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파리〓김세원특파원>clair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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