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총장직선제 개선해야

  • 입력 2000년 2월 17일 19시 40분


교육부가 국립대의 총장직선제를 올 하반기부터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는 소식이다. 총장직선제 도입에 따른 부작용과 폐해가 대학 안팎에 알려져 우려를 자아낸 것은 벌써 오래된 일이다. 대학 개혁을 위해 총장의 강력한 권한이 요구되고 있지만 직선제가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지 못하고 거꾸로 리더십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최근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은 제도라면 현 시점에서 제도를 재검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본다.

총장직선제는 교수들이 자신의 손으로 총장을 뽑는 매우 이상적인 제도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부작용이 꼬리를 물었다. 총장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지지 교수들이 학연과 지연으로 갈라져 불협화음이 빚어졌고 과열 혼탁양상이 일기도 했다. 총장이 선출된 다음에도 후유증이 이어졌다. 신임 총장이 선거에 공을 세운 사람들을 보직교수로 발탁하고 이로 인해 다시 갈등과 반목이 증폭됐다.

그렇다고 총장직선제가 그동안 대학 민주화에 기여한 점을 부정하거나 과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지난 시행기간에 나타난 부작용과 장점을 서로 비교해 ‘존속’과 ‘개선’ 가운데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할 시점이 되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우리 대학들의 뒤떨어진 경쟁력은 시대적인 요청인 개혁요구와 맞물려 국민의 눈총을 받고 있다. 사회의 다른 분야가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반해 대학 쪽은 크게 미흡하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대학발전을 주도할 구심점이 필요하고 그 역할은 총장이 맡는 것이 순리다. 하지만 직선제 총장이 교수들을 의식해 오히려 강력한 리더십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은 이 제도의 큰 취약점으로 꼽히고 있다.

총장직선제를 손질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지만 문제는 어떤 방식으로 유도하느냐는 것이다. 교육부는 법령에 총장직선제 금지를 명시하는 방안과 직선제 폐지와 재정지원을 연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른바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는 전략이다. 그러나 교육부의 일방적인 추진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수들은 교육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간선제에 대해 대학의 자율성이 훼손될 것이라며 의심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교육부는 교수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간선제 방안을 제시하고 폭넓게 의견을 수렴하여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교육부는 대학의 자율성과 보다 나은 연구 환경을 확보해주는 큰 틀의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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