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환율 이대로 좋은가?

  • 입력 2000년 2월 13일 19시 34분


환율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원-달러 환율이 외환위기 이후 2년2개월 만에 처음으로 1110원대로 급락하면서 수출전선에 적신호가 켜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달러화에 대한 엔화가치도 급락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될 경우 수출이 큰 타격을 받게 되고 국제수지 흑자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그렇지않아도 1월 중 무역수지는 26개월 만에 적자로 돌아섰고 그 같은 추세는 2월에도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연초라는 계절적 요인과 수출입구조 등을 들어 크게 염려할 것이 없다는 낙관론을 펴고 있지만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은 아니다. 올 무역수지 흑자목표 120억달러 달성을 위해서는 한달 평균 10억달러의 흑자를 내야되는데 오히려 4억달러의 적자를 낸 것이다.

그렇다고 앞으로의 국내외 무역환경이 우리에게 결코 유리하게 전개되지도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원고-엔저현상의 암운이 문제다. 환율이 5% 하락할 때 수출은 10억달러 감소하고 수입은 14억달러나 늘어난다. 그동안 급격한 원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업종의 수출이 꾸준한 증가세를 보여온 것은 엔고때문이었지만 엔화의 약세 반전으로 그 같은 메리트도 사라졌다.

국제수지 전망을 어둡게 하는 것이 원고-엔저현상만은 아니다. 유가와 국제원자재값은 여전히 고공행진이며 국제금리도 상승세로 돌아서는 등 신3고(高)의 조짐이 뚜렷하다. 또 막대한 무역적자를 보이고 있는 미국의 통상압력도 더욱 강화될 것이다. 정부가 올 무역수지 흑자 목표를 당초 160억달러에서 두차례나 하향조정해 120억달러로 낮춘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또 우리가 외환위기에서 비교적 빨리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그동안의 무역흑자 때문이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앞으로도 그 같은 안정적인 무역흑자 기조가 지속되어야 한다. 막대한 외채상환을 위해서도 그렇고 지속적인 투자재원 마련을 위해서도 그렇다.

그런데도 정부의 대응은 안이하다. 달러의 과잉유입으로 환율절상 압력이 더욱 높아지고 무역수지 안정기반이 위협을 받고 있는데도 저물가 저금리를 위해 환율하락을 용인하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그러나 환율이 하락한다고 저물가 저금리가 유지되는 것도 아니다. 환율하락을 방치한 채 상품의 수출경쟁력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운운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정부는 하루빨리 환율안정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외자유입의 선별적 허용과 단기외채의 조기상환은 물론이고 워크아웃 대상 대우계열사에 대한 채권금융기관들의 외화출자 전환, 대우해외채권단의 보유채권 조기매입, 해외투자펀드의 발족 등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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