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출판통신/도쿄에서]'중국학의 발걸음'

  • 입력 2000년 2월 11일 19시 55분


▼'중국학의 발걸음-20세기의 시놀로지' 야마다 도시아키 지음/ 다이슈칸 서점▼

서양 세계가 동양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일반적으로 오리엔탈리즘이라고 한다. 미국의 문예비평가인 에드워드 사이드는 ‘식민지 지배를 통해 서양인들에게 형성된 동양에 대한 인식, 그리고 그것을 재생산해가는 논의과정’을 ‘오리엔탈리즘’이라고 규정한다. 한편 일본의 동양학도 식민지 지배라는 지리적 폭력이 지적 지배라는 필터를 통해 확대되어 가는 과정이라고 분석한 것이 도쿄대 강상중 교수의 ‘오리엔탈리즘의 저편에’이다.

위의 두 책이 오리엔탈리즘의 정치성을 지적하는 연구라고 한다면, 이 책은 19세기에서 20세기로의 전환점을 전후해 유럽과 미국, 중국, 일본 등의 지역에서 중국에 대한 활발한 연구가 형성되고 발전해 가는 과정을 서술하고 분석한 것이다.

물론 20세기 이전에도 중국에는 전통적인 경학, 일본에는 에도시대의 한학(漢學), 그리고 유럽에는 선교사들에 의한 중국보고서가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실증적 문헌고증에 입각한 근대적 중국연구가 세계적으로 성립한 시점을 1900년 전후로 보고 있으며, 이를 시놀로지(Sinology)의 출발점이라고 규정한다. 즉 이 시기에 중국의 경학은 철학으로, 일본의 한학은 지나학으로, 유럽의 중국견문록은 시놀로지로 변했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거의 같은 시기에 과학적인 중국연구가 시작된 것은 우연이 아니라 내적인 상호관련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 저자의 논지이다. 즉 일본과 중국에서 근대적 방법론에 입각한 중국연구는 유럽의 시놀로지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이며, 유럽의 시놀로지도 서양의 고전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청대의 고증학적 방법론을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니시 아마네와 라이덴대학의 중국학, 가노 나오키와 샤반느의 문헌학, 샤반느와 청대 고증학자와의 교류, 돈황문서를 프랑스에 가져간 페리오와 나진옥(羅振玉)의 교류 등등 수 많은 일화를 인용하면서, 저자는 시놀로지의 탄생을 동서양 사이의 학문적 연쇄반응 과정으로 파악한다.

이 책은 저자가 대학의 교양강의를 담당하면서 몇 년간 준비해온 강의 노트를 다듬어서 엮어낸 개론서이다. 다루는 시대와 주제가 광범위하므로 전문적인 내용은 기대하기 어렵지만, 세계 각 지역에 있는 중요한 중국 연구기관, 연구자 등을 알기 쉽게 해설하고 있는 점이 돋보인다. 그리고 지역연구로서 시놀로지가 지니는 정치성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학문적 연구의 발전이 중국인식을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기대한다.

양일모(철학박사·일본 도쿄대 상근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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