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바이센테니얼맨'/로봇의 오디세이

  • 입력 2000년 1월 20일 19시 37분


영생을 꿈꾸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지만, 정작 홀로 불멸의 존재로 남아 사랑하는 사람들이 나이 들어 죽어가는 걸 지켜봐야 하는 운명이라면 이 또한 견딜 수 없는 일일 것이다.

SF영화 ‘바이센테니얼 맨(Bicentennial Man)’은 “영원한 기계로 사느니 차라리 인간으로 죽기”를 소망하는 로봇의 200년에 걸친 오디세이(Odyssey)다. 과학자 아이작 아시모프(1920∼1992)가 쓴 같은 제목의 소설이 원작.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과 명배우 로빈 윌리엄스가 이 영화에서도 각각 연출과 주연을 맡았다. 연출력보다는 원작과 연기의 힘이 더 돋보이는 영화다.

2005년. 제조과정에서의 실수로 생긴 신경기능 장애로 인간과 비슷한 감정과 느낌을 갖게 된 ‘가정부 로봇’ 앤드류(로빈 윌리엄스 분)는 주인의 적극적인 권유로 명석한 두뇌와 손재주를 발휘해 돈도 벌게 된다. 자신이 번 돈으로 성형수술을 하고, 옷도 사입으면서 사람을 닮아가던 집까지 갖게 된 앤드류는 급기야 사랑과 자유를 누리는 인간이 되고 싶다는 열말을 갖게 된다.

이미 ‘미세스 다웃파이어’에서 고무 마스크를 쓰고 여장남자 역할을 했던 로빈 윌리엄스 만큼 로봇 연기를 잘 해낼 배우도 없을 것이다. 로봇의 자연스러운 동작을 보면 정말 그가 알루미늄 옷을 입고 연기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울 정도다.

인간이 되고 싶어하는 앤드류의 열망과 갖가지 해프닝이 펼쳐지는 처음 60분은 아주 재미있다. 그러나 앤드류가 수 차례의 업그레이드를 통해 인간의 외양을 갖추게 된 뒤부터 영화는 심각해진다.

“사람이 인공장기를 달 듯, 나도 일부(마음)는 인간”이라는 앤드류의 주장은 과학기술의 발달 속에서 과연 인간적인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케 한다. 인간으로서의 정체성과 권리를 인정받기 위해 자신의 불멸성마저 포기하는 앤드류의 선택은 오래 살기를 원하는 인간에게 통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그러나 메시지를 일일이 설명해주는 직설적인 대사와 다소 감상적인 결말은 이 영화를 지적이고 실험적인 SF영화가 아니라 따뜻한 오락영화로 만들어 놓았다. 상영시간(133분)이 긴 편이지만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전체 연령 관람가. 29일 개봉.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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