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진단]문승의/기후변화 국가적 대처를

  • 입력 2000년 1월 14일 18시 50분


새 천년 첫해를 맞아 누구나 한번쯤 이제 지구는 어떻게 변해갈까 하는 의문을 가져볼 것이다. 산업화 이후 인간이 쏟아 놓은 각종 유해한 가스와 무분별한 개발및 벌목으로 자연을 마구 훼손함으로써 생겨난 부작용은 기상이변, 지구 온난화 현상으로 인간에게 되돌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하순 베네수엘라에서 5만여명의 사망자를 낸 허리케인에 의한 최악의 홍수는 무분별한 도시화에도 원인이 있지만 지구온난화에 의한 기상이변으로 보인다.

지난 100년간 전 지구의 기온은 꾸준히 상승했으며 특히 최근 20년간 기온 상승폭이 크다. 한반도에서도 지난 75년 동안 평균기온이 섭씨 1.1도 상승했고 이런 추세라면 앞으로 100년 이내에 현재보다 기온이 1∼3도 상승하고 평균 해수면이 50cm 이상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러한 기후변동은 국가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직간접으로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기상재해 발생도 지난 세기 후반 이후 증가세를 보인다. 90년대에 들어서는 급격한 증가 경향을 나타내 피해액이 연평균 6000억원으로 80년대의 거의 2배에 이른다. 최근 수 년간의 큰 기상재해를 보면 경제적 손실 외에 불안감 등 정신적인 피해는 물론이고 거기에 따른 민심 민원 등을 감안할 때 그 피해 규모는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또 다른 피해 유형으로 홍수 및 가뭄에 의한 수자원 분포의 지역적 변화를 초래해 물 부족과 관련된 분쟁이 생겨나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에 의한 경작지 감소 및 경작 환경변화는 세계적인 곡물 생산 감소를 유발할 것으로 전망돼 인류의 생존 위기를 불러올 수도 있다. 또한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해안 저지대 주민들의 생활근거지 및 산업 기지가 상실되고, 해양에서는 어종의 변화 및 고갈이 우려된다.

생태계의 위기, 열대 전염병의 창궐 등도 걱정된다. 기온의 상승은 곤충과 병원체의 분포범위를 확대시켜 인류의 보건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온난한 겨울은 세균, 바이러스, 곤충 매개성 질병의 발생 및 전파 양상의 변화를 초래한다.

이러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외적으로 기후변화 협약에 따라 환경 친화적, 에너지 저소비형 산업구조로 조정이 불가피하다. 온실가스 감축의무 부담은 바로 에너지 소비 제약으로 연결되어 산업 활동의 위축을 초래한다.

현재 기후변화협약은 냉전체제 붕괴 이후 가장 큰 외교적 쟁점으로 대두됐다. 개발도상국으로까지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 의무를 확대해 가는 시점에서 한국도 기후변화 협약 범 정부대책기구가 설치돼 대응 전략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대처 방안으로 기후변화에 관한 과학적 정보의 생산, 수집, 종합적 분석, 분배 체제를 첨단화해야 한다. 또 농업 수산업 임업 보건 분야에 필요한 한반도 및 세계 주요 관심지역의 기후변화 정보 생산과 국내 기후변화 영향평가를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심층적인 대응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이다. 국리민복을 위해, 그리고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지구환경을 위해서는 현재 진행되는 기후변화를 야기하는 원인을 정확히 진단하고 그에 대한 대책을 철저히 수립해야 한다.

21세기에는 기후변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과 국가의 위상이 달라진다. 기후를 관리할 줄 아는 국가만이 선진국 대열에 설 수 있다. 새 세기에는 급격한 기후변화를 미리 예측하고 자연재해를 경감시켜 진정한 인류의 안정된 생존과 번영을 누릴 수 있도록 국가적 역량을 결집해 나가야 한다.

문승의(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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