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비전 21세기]상파울루를 통해 본 도시문제

  • 입력 2000년 1월 13일 22시 05분


루치아나 마리아 도스 산토스(19)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인 상파울루의 남쪽 빈민가에서 살고 있다. 오두막집이 늘어선 곳에 하수도를 겸한 개울이 흐르고 이 개울가의 도스 산토스 집에는 쥐가 수시로 드나든다.

밤이 되면 도스 산토스는 다리 밑에서 잠자는 사람들을 헤집고 반짝이는 빌딩가로 향한다. 목적지는 시내의 술집이다. 이곳에서 그녀는 열흘 동안 2000개가 넘는 음료 깡통을 수집할 수 있다. 이 깡통을 고물상에게 가져가면 30달러를 줄 것이다. 그녀는 “이건 결코 즐거운 일이 아니지만 이 일이라도 하지 않는다면 범죄를 저지르거나 마약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20세기에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인 도시인 상파울루에는 요즘 범죄와 마약이 무서울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 어쩌면 이 도시는 21세기에 모든 도시 문제의 집결지가 될지도 모른다. 1998년 뉴욕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이 628건이었던 데 비해 상파울루는 8312건이었다.

상파울루는 커피무역의 중심지였던 1900년에는 인구가 24만명이었다. 오늘날 이 거대도시의 인구는 1700만명에 이른다. 이러한 인구폭발은 남미 전역에서 일어난 농민의 도시이주에 일부 기인한다. 1940년 남미의 인구 중 도시인의 비율은 33%였다. 오늘날에는 72%가 넘는다. 유엔의 한 연구는 21세기 초에 세계 인구의 절반 이상이 도시에서 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리고 이 사람들 중 80% 가량이 브라질이나 인도 같은 개발도상국의 대도시에서 살게 된다는 것이다. 오늘날의 상파울루는 수십억명에 이를 미래의 도시인들이 어떤 환경에서 살게 될지에 대해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뉴욕처럼 이주민들이 세운 도시인 상파울루는 언제나 극단적인 모순이 공존하는 자유분방한 곳이었다. 그러나 컴퓨터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오늘날의 경제는 상파울루의 사회적 구조에 새로운 압박을 가하고 있다. 상파울루의 인구 중 소수를 차지하는 부자들은 새로운 기술에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위치를 이용해 엄청난 부를 쌓아올리고 있다. 그러나 대다수의 사람들은 1990년 이래로 실업률이 19%로 두 배나 뛰어오른 도시에서 방황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현대 사회, 특히 대다수의 인류가 살고 있는 개도국들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것 같다. 하나의 도시가 여러 개의 조각으로 나뉘며 시민들의 공통된 경험에 의해 짜여진 사회조직이 무너져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옛날에도 빈부의 격차는 심했다. 그러나 적어도 그 때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들이 같은 거리에서 돈을 벌었다. 이제는 더 이상 그렇지 않다.

수입 자동차인 아우디의 광고는 이 차가 “전자우편만큼 빠르다”고 말한다. 그러나 상파울루의 시민 대다수에게 이말은 외국어나 다름없다. 사람들 사이의 이러한 간격은 위험을 예고한다. 간단히 말해서 소외된 사람들이 소외되지 않은 사람들을 압도할 수도 있고 고통을 견디다못한 지역주의자들이 인터넷에서 사업을 벌이는 세계주의자들을 짓밟아버릴 수도 있다.

오늘날 상파울루에서는 창조적인 에너지와 파괴적인 폭력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도시의 거리는 한가하게 어슬렁거리는 사람들이 아니라 목적을 지닌 사람들로 채워져 있고 유대인 아랍인 일본인 독일인들이 한데 어울려 아무 문제 없이 일을 하고 있다. 남미에 관심을 갖고 있는 대기업이라면 반드시 이곳에 사무실을 갖고 있어야 한다. 상파울루주의 경제규모가 아르헨티나의 경제규모보다 크고 국경을 넘나드는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는 금융가 법률가 회계사들이 충분하게 확보되어 있기 때문이다. 화려한 쇼핑센터와 세계적 수준의 식당에서는 새로운 세대의 엘리트들이 휴대전화를 움켜쥐고 인터넷 시대의 빠른 리듬에 맞춰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다.

시카고대의 사스케아 사센은 “세계적인 물결이 모든 요트를 물 위에 띄워주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 “이제 상파울루에는 거대한 잠재력을 지닌 중산층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센은 이어 “세계적인 물결은 평범한 보트들을 수없이 물 속으로 가라앉히기도 한다”면서 “이것이 사회를 붕괴시키고 도시라는 개념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파울루에는 거리를 헤매는 3000명의 어린이들을 위한 학교와 가로등 시설, 하수도 시설 등을 세울 대규모의 공공투자가 필요하다. 그러나 시장(市場)은 집중적인 공공투자에 대해 회의적이고, 국제 자본은 언제라도 브라질을 떠날 수 있기 때문에 정부는 금리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할 수밖에 없다. 이것이 이미 심각한 지경에 이른 상파울루시의 빚을 더욱 늘리고 있다.

앞으로 마약거래를 직업으로 삼게 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고 있는 제랄도 아고스티노 다 크루즈(17)는 “부자들은 돈을 아주 쉽게 번다”면서 “우리한테는 그것이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specials/010100mil-city-cohen.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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