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이슈/증권관련 집단소송제]정영태/기업경영 위축 우려

  • 입력 2000년 1월 5일 18시 32분


《소액 주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추진된 증권집단소송제도의 도입이 최근 무산됐다. 증권집단소송제도는 상장기업이 허위 공표한 경영지표를 믿고 투자해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대표자 몇 명을 내세워 전체를 위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제도. 사회적 비용지출이 너무 커져 기업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재계 반발에 부닥쳐 법 제정이 무산되자 시민단체와 주식 투자자들이 반발하고 있다. 》

의원입법 형식으로 추진되던 ‘증권관련 집단소송에 관한 법률(안)’이 15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은 것은 기업 입장에서 볼 때 다행스러운 일이다. 이 법률안은 한국의 기업현실을 고려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이런 입법례를 찾아볼 수 없다.

미국 독일 등에도 민사소송의 방법으로 대표당사자소송이나 단체소송 제도가 있으나 증권 분야만을 대상으로 하는 집단소송 제도를 도입하고 있지는 않다. 일본도 현재 제조물책임에 관한 분야만 인정하고 있을 뿐 증권 분야는 문제가 많아 도입하지 않고 있다.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환경오염 제조물책임 등 많은 분야를 그냥 두고 증권 분야만을 집단적 분쟁 해결 대상으로 삼는다는 것은 균형을 잃은 것이다.

증권 집단소송제도가 도입된다면 기업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이나 고의적으로 음해하기 위해 악용 또는 남용될 우려가 있다. 이 경우 기업은 불필요한 에너지를 소송에 소모하게 돼 경영활동이 위축되거나 심한 경우 도산에 이를 수도 있다. 결국 막대한 사회적 비용의 지출을 불러와 경제 회복을 저해할 것이다.

집단소송제도가 아니더라도 이미 증권거래법에 의한 공시제도가 보강돼 손해배상과 형사처벌까지 할 수 있다. 또 최근 상법 및 증권거래법 등의 개정으로 소수주주권이 대폭 강화되고 사외이사제도나 감사위원회제도 등이 도입돼 분쟁 요소를 사전 예방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소액주주의 권리를 보호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증권관련 집단소송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회복 단계에 있는 한국 경제나 증시 여건에 관한 충분한 검토 없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혼란과 사회적 비용 부담을 유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정영태<한국상장회사협의회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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