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칼럼]예종석/풍부해진 경제면 돋보여

  • 입력 2000년 1월 2일 23시 04분


새천년의 아침이 밝았다. 동아도 이제 80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새로운 천년의 역사를 써 나가야 한다. 동아는 전통과 변화를 잘 조화시켜 새시대를 열어야 한다. 변화를 추구하는 동아의 노력은 지면의 변화를 통해 상당 부분 독자들의 긍정적 평가를 얻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21세기 최고 신문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그 노력은 배가 되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독자의 목소리를 전하는 옴부즈맨 칼럼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동아는 이제 독자의 비판적 평가에 귀를 기울이고 겸허하게 받아들여 지면에 반영해 나가야 할 것이다.

지난주의 신문은 읽을거리가 풍성했으며 특히 동아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기사가 많았다. 우선 신문의 얼굴이랄 수 있는 1면의 변화가 눈에 뜨인다. 통상 정치기사로 장식되기 마련인 1면 헤드라인이 ‘전화의 무료시대의 개막’이나 ‘Y2K문제’ 같은 비정치기사로 장식된 것은 신선했다. 그러나 Y2K관련 기사가 27, 31일자에 걸쳐 두 번씩이나 등장한 것은 사안의 중요성 때문에 이해는 가는 일이나 조금은 진부한 느낌을 주었다. 27일자에 실린 의원 설문조사 결과는 언제봐도 삭막한 정치면에 윤기를 불어넣는 느낌이었다. 특히 의원들 스스로 자신들의 의정활동을 낙제점으로 평가했다는 사실에 우리 정치에도 아직 희망이 남아있다는걸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매너 좋은 의원의 선발은 비신사적 언동이 난무하는 정치권에 시사하는 바가 많았으리라 짐작된다. 그러나 28일자의 전직대통령 만찬기사는 덕담을 주고 받았다는 기사 내용처럼 훈훈하지만은 않았다. 아무리 정치에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지만 과거에 상대의 목숨을 위협한 적도 있고, 감옥을 번갈아가며 출입했으며 비자금 사건으로 온나라를 얼룩지게 하고 추징금도 납부하지 않은 한 사람들이 모여서 정국을 골프에 비유해 가며 나라걱정을 한 것은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에 충분 했다. 게다가 31일자 신문은 정적에 대한 험담으로 가득찬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 발췌 요약분을 무려 한면을 할애하여 다루었다. 물론 흥미있는 내용이었지만 금세기 최후의 신문 한면을 채울만한 사안이었는지 회의가 느껴졌다. 이런 경우 정론지라면 사실 보도만 할 것이 아니라 논평 등을 통해 국민정서를 알렸어야 하지 않을까.

경제면은 매우 풍부해졌다. 특히 99년 증시, 채권 시장 특집이나 저평가 우량주에 관한 기사는 증권투자자들에게 매우 유익한 기사였다. 아쉬운 것은 주식시장 관련 기사는 항상 넘치나 독자들의 경제지식을 높일 일반 경제기사는 부족하지 않나 하는 점이다. 한세기를 마감하면서 한국경제를 회고하는 특집같은 것을 준비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동아는 상업적 성공과 여론을 주도하는 엘리트 신문의 갈림길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신문도 기업인만큼 부수를 늘리고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어떤 시대에도 여론을 선도하는 신문의 본분에 충실하여 동아의 역사적 정체성을 유지해 나가야 할 것이다. 조지프 퓰리처의 말처럼 신문은 항상 개혁과 진보를 위해 앞장서야 한다.

예종석(한양대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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