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포커스]移通-음료-철강 대형합병 "살려?말려"

  • 입력 1999년 12월 22일 19시 59분


‘독점 횡포 방지가 우선인가, 세계적인 대형화 추세수용이 먼저인가.’

공정거래위원회는 요즘 이같은 ‘화두’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세계추세는 대형화▼

쟁점은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 롯데컨소시엄과 해태음료, 인천제철과 삼미특수강 등 3건의 대형 기업결합. 3건 모두 공정거래법상 독점 조항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핵심이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한 업종에서 점유율 50%를 넘는 기업결합은 허용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예외를 인정하는 단서 조항. ‘50%를 넘더라도 기업결합으로 얻는 국민경제 효과가 크다는 판단이 들면 예외로 한다’는 내용 때문.

▽고민에 빠진 전윤철(田允喆)위원장〓공정위 내부의견도 찬반으로 갈리고 있다. 한쪽은 “명백한 독점이므로 허용하면 안된다”는 입장. 반면 “세계적인 대형화 추세를 인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산업정책 시금석▼

전자가 경쟁정책적인 측면을 중시했다면 후자는 산업정책적인 측면이 강하다. 공정위의 전윤철위원장은 사석에서 “정말 해법을 찾기가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전위원장은 자신이 ‘두가지 길’의 갈래에 서 있다고 표현했다. 그는 또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에 대한 독점 판례와 트래블러스―시티코프 은행 합병 등 세계적으로 불고 있는 합병 대형화 바람, 두가지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1세기 공정거래정책의 시금석〓3개의 결합건은 현행 공정거래 정책의 틀에 대한 점검 및 향후 공정거래 정책방향의 시금석으로 주목받고 있다. 81년 공정거래법이 제정된 이후 공정거래정책은 주로 ‘규모’ 위주의 규제였다. 이는 특히 재벌을 겨냥한 측면이 강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문제는 글로벌경쟁 시대에 이같은 ‘옛 틀’이 과연 적절하느냐는 것.

전문가들은 “외형 위주의 규제는 세계적 조류를 따라가기 힘들다”고 지적하고 있다.

▼찬-반 뜨거운 논란▼

▽공정위는 장고(長考)중〓공정위 담당자들은 판결 전망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이 문제를 놓고 벌써 ‘뜨거운’ 논란을 벌이고 있다.

롯데 컨소시엄의 해태음료 인수건은 이미 신고가 접수돼 심사에 들어갔다. SK텔레콤―신세기통신, 인천제철―삼미특수강 결합은 아직 신고가 들어오지 않은 상태.

공정위 관계자는 “3건 모두 판결에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결정기한인 신고 후 60일을 채울 가능성이 많다.

기업결합과측은 이런 복잡한 사건들이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정위 건물의 ‘불켜진 밤’도 더 늘어날 것 같다.

〈이명재기자〉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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