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어떡하죠?]조수철/기분따라 드는 '매' 역효과

  • 입력 1999년 12월 19일 18시 47분


자녀들의 양육과정에서 “매는 필요한가”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나는 이같은 질문에 대해 매번 “매는 필수적” 이라고 답변한다.

인간의 성장은 자기통제의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자기통제의 능력은 부모가 드는 ‘매’에 의하여 습득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자녀들을 매로 칠 수는 없다. 어떤 상황에서 자녀들에게 매를 대야 가장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첫째, 부모가 자녀에 대한 깊은 사랑과 관심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너무 당연한 말인 듯하나 실제 ‘자녀 사랑’을 오해하는 부모도 많다. 예를 들어 자녀들이 바라는 것을 무조건 들어주는 것을 사랑이라고 착각하는 부모도 있다. 부모가 자신이 성취하지 못한 일을 자식을 통해 이루려고 한다면 이것도 사랑이라고 할 수 없다.

둘째, 일정한 원칙을 가지고 매를 대야 한다. 똑같은 자녀들의 행동에 대해 흔히 기분이 나쁠 때는 화를 내고 매를 가하다가 기분이 좋을 때는 허용하는 등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는 부모도 있다. 이러한 매는 오히려 자녀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위험성이 있다.

셋째, 부모가 자녀의 행동에 대해 일치된 태도를 보여야 한다. 어머니는 자녀의 행동에 대해 매를 가하려고 하고 아버지는 매를 든 어머니를 못마땅해 하는 태도를 보인다면 교육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최소한 자녀들 앞에서는 부모가 같은 태도를 보여야 하며 자녀들의 언동에 대해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을 때에는 자녀들이 없는 곳에서 부모가 토의를 하는 태도가 바람직스럽다.

넷째, 매를 가하기 이전에 준비 과정이 있어야 한다. 자녀의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에 대해 미리 경고를 하고 이러한 행동을 범했을 때 확인을 하고 매를 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예측이 가능한 상황에서 벌이 가해져야 한다는 의미이다.

마지막으로는 상을 적절하게 주는 것도 중요하다. 자녀들이 바람직스러운 행동을 했을 때는 상을 주고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에 대하여는 매를 대는 것이 효과적이다. 상황에 따라 ‘상과 벌’이 함께 가해져야 상도 더 효과가 크고 벌도 효과를 낼 수 있다.

부모가 자녀에 대하여 매를 가할 때에는 항상 이러한 기본적인 원칙을 생각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들이 충족된 상태에서 드는 매는 자녀들이 건강하게 커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교육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집안에서 적절한 통제를 받아야 집 바깥으로 나가 자신의 언동에 대한 통제가 가능해진다.

조수철(서울대의대 교수·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정신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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