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불편해요]야간 운전자 "차선이 안보여요"

  • 입력 1999년 12월 14일 19시 39분


어두운 밤이나 특히 비가 내리는 밤에 어두운 도로를 운전할 때면 등골이 오싹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을 경험하기 일쑤다.

비가 내린 12일 밤 서울 남부순환로를 달리던 회사원 김모씨(33·서울 강남구 대치동).

양재사거리 근처 서초구청 앞 삼거리를 빠르게 지나던 그는 갑자기 정면에서 승용차 전조등이 번쩍이는 것을 보고 급히 핸들을 꺾어 옆차로로 비켜서면서 브레이크를 밟았다.

▼ 색 바랜 차선 방치 사고 위험 ▼

마주오던 승용차가 바로 옆을 지나가는 순간 자신이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1차로를 달리고 있었음을 알게 됐다. 삼거리를 지나기 전에 자신이 달리던 1차로는 좌회전차로와 직진차로로 나뉘기 때문에 직진하려면 옆차로로 옮겨야 했는데 차선이 보이지 않아 그냥 달리다 사고를 당할 뻔한 것.

김씨는 “도대체 도로 차선이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관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차량 통행량이 많은 서울 도심은 물론, 여름 장마철 폭우로 침수됐던 외곽도로 등은 차선이 희미해서 제기능을 못하고 있다.

야간에 운전자가 차선을 식별하기 어려운 것은 차선을 식별할 수 있는 척도인 반사휘도(反射輝度)가 기준에 훨씬 못미치기 때문.경찰청이 공사발주시 도색업체에 도색 후 3개월까지 △백색 120룩스 △황색 70룩스 △청색 9룩스를 유지하고 각각 55, 30, 4룩스 이하로 내려가면 다시 도색한다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 경찰 "예산부족" 도색개선 뒷짐 ▼

재도색까지 걸리는 기간은 통상 차량 통행이 많은 도심도로는 6개월, 일반도로는 1년 가량 된다는 것이 경찰 실무자들의 설명.

그러나 주요간선도로인 올림픽대로도 구간별로 3∼5년만인 10월에 재도색했을 정도로 서울의 ‘차선 사정’은 열악하다.

교통전문가들은 “현재의 융착식과 달리 돌출형과 테이프형 등 처음 설치비용은 비싸지만 내구연한이 길고 반사휘도도 높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예산부족으로 주요 간선도로도 기준치를 유지하기 힘든 현실에서 차선의 반사성능을 따지는 것은 사치스러울 정도”라며 “장기적으로 개선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김경달기자〉d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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