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어떡하죠?]김경빈/'아버지 과음'이 자녀 망칠수도

  • 입력 1999년 12월 12일 19시 47분


《청소년 문제 전문가들이 체험을 바탕으로 쓰는 이 칼럼은 매주 월요일 게재됩니다. 10대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부모는 청소년보호위원회 신가정교육팀(02―735―6250)으로 연락하면 도움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A양은 중학교 3학년생으로 학생회 부회장이었다. A양의 아버지는 명예퇴직한 뒤 집에서 술을 많이 마셨다. 아버지는 술을 너무 좋아해 직장에 다닐 때도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로 술을 마시다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가 나자 명예퇴직 대열에 포함됐다.

A양 아버지는 술만 취하면 자는 사람들을 깨워 말을 시켜 식구들이 잠을 잘 수 없었다. A양은 이로 인한 수면 부족에 시달렸다. A양은 “아버지 때문에 도저히 공부를 할 수 없다”며 “차라리 아버지와 어머니가 헤어졌으면 좋겠다”고 절규를 한다.

K양은 술주정이 심한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고 가출해 6개월간 소식이 끊겼다. 경찰의 일제 단속에 붙잡혀 집으로 돌아왔으나 가출 위험성 때문에 가족들이 강제 입원을 시켰다. K양은 주사가 심한 아버지와 히스테리가 심한 어머니, 6개월 가출 기간중 일한 청소년 유해업소에서의 나쁜 경험 때문에 인성이 완전히 망가진 상태에서 정신병원에 입원했다. 너무 힘든 치료 과정이었다. 치료를 시작한지 2년 10개월이 지나서야 퇴원이 가능한 수준이 되었다. 치료 기간 중 부모는 이혼했고 가정경제도 아주 피폐한 상태였다. 이제부터 병든 어머니와 간신히 회복기에 들어선 모녀는 험난한 세파를 헤쳐가야 한다.

대학 3학년인 H군은 “어머니가 다행하게도 중3때 알코올 중독자인 아버지와 별거를 시작하는 바람에 공부에 큰 지장을 받지 않고 무사히 사춘기를 넘길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H군이 대학에 진학한 뒤 부모의 역기능으로 인해 대인관계에 장애를 받아 4년째 치료를 받고 있다.

이처럼 아버지의 지나친 술 문제는 자녀들의 성장 과정에 결정적인 장애 요인으로 떠오른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약물중독 청소년의 50%, 약물남용 소년원생의 35%가 술을 지나치게 마시는 아버지를 두고 있다. 청소년에게 가장 해로운 부모는 어떠한 부모인가를 논할 때 나는 서슴없이 “술로 인해 가정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부모”라고 말한다.

술을 지나치게 마시고 주정이 심한 아버지 밑에서 청소년기 자녀가 자라고 있다면 어머니들이 현명하게 대처해야 한다. 자칫 미숙하게 대처하다가는 자녀들에게 결정적인 해를 입힐 수도 있다.

아버지가 술을 많이 마시고 자녀가 이를 싫어 한다면 어머니가 나서서 상담을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상담과 대처는 술을 마시지 않는 부모가 맡아야 할 의무이다.

김경빈(경희대의대 외래교수·신경정신과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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