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다시 시작되는 北-日 대화

  • 입력 1999년 12월 3일 19시 15분


북한을 방문한 일본의 초당파 의원대표단과 북한 노동당측은 어제 북―일(北―日)국교정상화 협상을 무조건 재개한다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북한의 일본인 납치사건 논쟁으로 중단한 양국간의 국교정상화 협상이 7년만에 다시 열리게 됐다. 한반도정세변화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또다른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물론 양국간 국교정상화 협상은 순조롭지 않을 것이다. 우선 북한의 미사일이나 핵문제는 양국간 협상을 하루 아침에 무산시킬 여지를 갖고 있다. 이밖에도 일본의 식민통치 사과 및 보상문제, 북한측의 일본인 납치의혹, 일본인처 고향방문문제 등 해묵은 현안들을 해결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북―일 양측은 정부간 수교협상을 진행하면서 별도로 적십자까지 동원, 인도적인 문제를 해결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지만 그같은 ‘이원채널’이 순탄하게 가동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북한과 일본이 대화를 시작하기로 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만하다. 사실 일본은 대북(對北)문제에 관한 한 우리와 어느나라보다도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해 왔다. 비록 구체적 이해관계에서는 차이가 있다 해도 한반도 전체의 안정과 평화를 도모한다는 대원칙에는 우리와 조금도 다름 없을 것이다. 더구나 북한과 미국간에는 이미 상당한 대화가 오가고 있는 중이다. 그런 미국에 비할 수 없는 역사적 연관성과 지리적 근접성을 가진 일본이 북한과 관계개선을 도모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우리 정부 역시 북한과 우리 우방들과의 관계개선을 적극 장려하고 지원할 용의가 있다는 의사를 오래 전부터 표명해 놓고 있다. 북한이 조금이라도 국제사회로 나오는 것이 그들의 폐쇄사회를 개방하고 개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더구나 북한은 이제 더 이상 우리의 외교적 경쟁상대가 아닌, 함께 새 세기의 번영을 도모해야 할 처지에 있다. 북한과 관계정상화를 추구하고 있는 미국도 우리의 견해와 다를 리 없다.

현재의 북―일 수교협상에 대한 주변 분위기는 일본 자민당과 사회당 그리고 북한 노동당이 처음으로 수교협상을 갖기로 합의했던 지난 90년과는 현격히 다르다. 당시에는 북―일 북―미(北―美)수교협상과 남북대화가 동시에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었다. 이제는 그러한 요구조건을 달지 않기 때문에 자칫하면 북―일 북―미관계가 우리와는 동떨어진 거리에서 추진되지는 않는가 하는 우려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한미일(韓美日)3국 공조가 더욱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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