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ational]솔직한 '性보고서' 10대에 큰인기

  • 입력 1999년 11월 21일 20시 28분


어른들은 언제나 자기들이 어렸을 때가 훨씬 좋은 시절이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음악 책 영화는 물론 젊은이들의 버릇도 옛날이 훨씬 더 좋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가끔은 어른들의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일방적인 찬양을 접어야 할 때가 있다. 사춘기 소녀들을 대상으로 성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주고 있는 수많은 책과 웹사이트들을 보면서 나이 든 여성들이 느끼는 기분이 바로 그런 것이다. 에스더 드릴, 헤러 맥도널드, 레베카 오즈가 함께 쓴 책 ‘잘 해보자! 소녀의 몸, 두뇌, 인생에 대한 전혀 색다른 시각’(포켓북스)이라는 책은 그런 자료들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고 있다.

▼일방통행 성교육 받기▼

사춘기 소녀들은 자신의 외모와 성에 대해 많은 고민들을 하고 있다. 가슴이 너무 빨리 자라도 고민이고, 너무 느리게 자라도 고민이다. 얼굴의 여드름, 버릇없는 남자 아이들과의 관계 역시 고민거리의 목록에서 빠질 수 없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사춘기 소녀들은 이 어려운 시기를 혼자서 헤쳐나가야 했다.

물론 그동안 10대 소녀들을 위한 성교육 자료가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다. 1912년에 마거릿 생거는 ‘모든 소녀들이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이라는 제목의 책을 펴냈다. 이 책에는 성기의 해부학적 생김새, 임신과 출산에 대한 설명은 물론 심지어 자위행위에 대한 설명까지 들어 있었다. 생거는 학교에 다니지 못하고 일하는 소녀들을 위해 이 책을 펴냈으나 이 책을 읽은 소녀들은 거의 없었다. 우체국 관리들이 이 책을 외설물이라며 압수해버렸기 때문이었다.

그 후에도 여러 저자들이 10대 소녀들을 위해 데이트와 사랑에 대한 조언을 담은 책들을 펴냈다. 그러나 대부분의 소녀들에게 여성의 성에 대한 정보를 전달해주었던 유일한 문서 자료는 사실상 생리대 회사의 팜플렛이었다.

1905년부터 실시된 학교의 공식적인 성교육도 소녀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캔자스 대의 역사학 교수인 제프리 모란은 학교의 성교육이 “젊은이들이 결혼을 하지 않고 성관계를 맺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도덕적인 운동의 일부였다”면서 “성교육 강의는 흔히 성병에 걸린 사람들의 사진을 보여주는 부분에서 최고조에 이르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늘날에도 성의 부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하는 성교육이 계속 이어지고 있으며 에이즈의 등장이 여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소녀들 경험사례 수록▼

그러나 요즘 등장하고 있는 성교육 관련 서적과 웹사이트들은 상당히 다르다. 모란 교수는 그들이 “젊은이들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젊은이들이 스스로 결정을 내리도록 한다”면서 “어른들이 조심스럽게 선택한 정보만을 제공받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실 에스더 드릴 등 세 여성이 “잘 해보자…”를 쓰게 된 것도 선택된 정보에 대한 불만 때문이었다. 그들은 뉴욕대 대학원에 다니고 있던 96년 10대 소녀들과 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잡지들이 남자친구 사귀는 법이나 화장법만 강조하는 것에 불만을 느껴 gURL.com이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웹사이트의 내용을 바탕으로 최근 “잘 해보자…”를 펴내게 된 것이다.

이 책은 웹사이트와 마찬가지로 소녀시절의 모든 측면에 대해 솔직하고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또 젊은 독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담한 색깔과, 만화를 이용한 아이콘, 글을 짤막짤막하게 잘라서 배치하는 편집방법 등을 채택했다. 이 책에 실린 글의 일부는 3명의 저자들이 여러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은 정보를 바탕으로 직접 썼으며 나머지는 소녀들의 코멘트와 혼자말로 구성되어 있다.

▼일부 "정보과잉"자녀도▼

이 책에서 소녀들은 자신들이 겪고 있는 몸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자신의 부모들도 성관계를 맺고 있으며 때로는 그것을 즐기기까지 한다는 ‘불쾌한’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리고 저자들은 소녀들이 임신을 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에서부터 쾌락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의 종류와 효과 및 부작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정보를 제공한다. 심지어는 구강성교를 하는 법에 대해 소녀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누는 내용도 이 책에 포함되어 있다. 이 책이 겨냥하고 있는 독자들은 ‘10대의 가장자리’에 서있는 소녀들과 ‘10대를 한참 지났지만 아직 그 때의 고민으로 인해 동요하고 있는’ 여성들이다.

맥도널드는 “우리는 소녀들이 매우 똑똑하기 때문에 스스로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정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교육 컨설턴트인 콜린 켈리 매스트는 지나치게 많은 정보는 청소년들의 불안감을 오히려 더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그러면서 가장 좋은 것은 청소년들에게 많은 정보가 제공될 뿐만 아니라 어른들 특히 부모들이 자녀들과 함께 그 정보를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http://www.nytimes.com/library/national/science/111699hth―girls.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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