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오락가락 '유화빅딜' 하긴 하나?

  • 입력 1999년 11월 21일 19시 17분


서울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빌딩 13층에 자리잡은 유화통합법인 추진본부.

이곳 사람들은 지분을 투자하기로 한 일본 미쓰이(三井)물산보다도 국내 업계의 동향 및 언론의 보도에 더 신경을 쓴다.

이달 18일 채권단의 출자전환 문제가 ‘조건부’ 승인으로 가닥을 잡자 빅딜 당사자인 현대 삼성과 전경련 등은 “큰 고비를 넘겼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빅딜에서 제외된 유화업체들은 “그것봐라. 빅딜은 물건너 갔다”고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왜 이렇게 다를까.

▽업계의 여론전〓현대 삼성간 유화빅딜안이 확정된 것은 지난해 9월. 이때부터 나머지 업계는 최대 지분을 일본계 자본이 차지하게 돼있는 빅딜안에 대해 “통째로 일본에 넘겨준다”며 대일(對日)감정에 불씨를 지피는 인상을 줬다.

그러나 미쓰이가 올해 6월 실사후 ‘대규모 감자(減資)후 25% 출자’로 돌아서자 “고작 25% 출자하는 업체가…”라며 공박,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를 보였다. 정작 당사자인 삼성과 현대는 “감자 형식으로 부실을 책임지고 추후 재무구조 개선으로 지분가치가 상승하면 결과적으로 이득”이라는 통합본부측 설명에 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수출영업권 논란〓미쓰이가 일본 수출입은행과 협의,전달한 공식 투자계획서엔 전대차관(轉貸借款·자금의 용도를 미리 지정해놓는 차관)이란 용어가 있을 뿐 수출영업권은 들어있지 않았다. 제안단계에서 문제가 되자 이를 뺐기 때문.

현대유화 유병하 대표는 “미쓰이는 수출영업권 논란이 불거지자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방식의 수출을 강요하겠다는 의미가 절대 아니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통합추진본부와 전경련측도 “시장안정을 위해 영업정책에 일정지분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의미”라며 “그나마 한국입장을 고려, ‘통합법인의 이익극대화가 최우선’이라고 문구를 바꿨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채권단은 18일 미쓰이측 투자계획서에 언급도 되지 않은 ‘수출영업권’에 대해 ‘불가’ 입장을 밝혔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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